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News1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A빌라. 최근 5년 간 매매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올해 6월 하순 들어서만 5채가 팔려나갔다. 대부분 매매 당일이나 1, 2일 사이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친 ‘초고속 거래’였다.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나눌 것도 없이 한 번에 모든 대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일사천리에 진행했다. 전용면적 10평 안팎의 소형 주택인데도 2명이 50대50으로 지분을 쪼개 사기도 했다. 이들의 주소지가 같은 점을 미뤄볼 때 가족이 공동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일대는 올해 3월 공공주도 복합개발사업 후보지로 지정된 곳으로, 이렇게 빌라를 사들인 사람들은 개발 후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게 된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등에 따르면 정부가 2·4공급대책을 통해 추진하는 공공주도 복합개발사업 일부 후보지에서 이 같은 투기가 의심되는 거래가 다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빌라가 위치한 영등포동이 대표적이다. 2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 28건 중 22건이 6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이뤄졌다. 이 법안은 당초 투기를 막기 위해 2·4대책 발표 다음날부터 후보지 부동산을 매입하면 현금청산만 받도록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오락가락 정책을 펼치는 사이 투기행위에 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투기가 확인되면 후보지 지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취소 기준은 아직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조사 중이며, 불법·편법 행위가 있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다만 후보지 취소는 거래 양태를 면밀히 들여다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