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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DC “델타변이, 5000만명 사망 스페인독감보다 센 전파력”

입력 | 2021-08-02 03:00:00

[코로나 4차 유행]델타변이 확산에 전세계 비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과학자들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연구 결과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기도 전에 서둘러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시 권고하는 쪽으로 지침을 바꿨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CDC가 불과 두 달 만에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전했다. 앞서 5월 CDC는 백신 접종에 힘입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보이자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를 지난달 27일에 철회한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독립했다”며 5월 마스크를 벗고 백악관에서 행사도 열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하루 뒤인 28일부터 다시 마스크를 썼다.

WP가 전한 CDC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1918년 유럽에서 발생해 2년간 약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보다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돼 있다. 스페인독감은 환자 한 명이 평균 2명을 감염시켰는데, 델타 변이는 5∼10명가량에게 전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변이가 일어나기 전 원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확진자 한 명이 평균 2∼4명을 감염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고서에 나타난 델타 변이의 위험성에 대해 “이전의 법칙이나 통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했고, CBS필라델피아는 “델타 변이가 들불처럼 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델타 변이의 확산을 억제하지 못하면 더 강력한 변이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드루 페코스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공중보건대 교수는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할 수 있는 곳에서 변이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러스 복제를 막지 못한다면 또 다른 변이 출현 확률은 높아진다”고 했다.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의료센터 교수는 “현존하는 백신이 통하지 않는 변이가 나타나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 다시 모든 사람에게 접종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은 14.6%다.

델타 변이가 계절성 독감처럼 매년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리즈대 스티븐 그리핀 바이러스학 교수는 “우리는 코로나19를 오랫동안 보게 될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매년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씩 진정돼 가는 듯했던 각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도쿄 올림픽이 진행 중인 일본은 지난달 31일 신규 확진자가 1만2341명까지 늘어 코로나19 발생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1만7786명), 태국(1만8912명)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가장 많았다. 태국 정부는 신규 확진자의 60% 이상, 수도 방콕은 8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에서는 5월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감염자가 지난달 30일 누적 247명으로 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20일 조사에서 신규 환자 중 94.8%가 델타 변이 감염자라는 결과가 나왔고, 5월 한때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던 ‘방역 모범국’ 호주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31일 221명으로 늘었다. 호주 정부는 시드니,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고 이를 감시하기 위해 2일부터 군 병력까지 투입한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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