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요청하는 소셜미디어 동영상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옛 소련국 벨라루스의 여자 육상 국가대표 선수가 정부가 자신을 ‘강제귀국’시키려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보호와 타국 망명을 요구했다. 28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의 독재가 만든 초유의 사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국가대표 육상 선수인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24)는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벨라루스 대표팀 관계자들이 나를 일본에서 강제 출국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라고 폭로했다.
표면적인 원인은 그가 코치진의 무능함을 비판했기 때문이다. 치마누스카야는 200m(7월 24일) 경기에 나선 후 지난달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국가대표 코치진의 태만으로 일부 팀원들이 충분한 도핑 테스트를 받지 않아 올림픽 출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코치진은 나와 상의도 없이 1600m 계주(8월 5일)에 참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100, 200m 단거리가 주종목이다.
치마누스카야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귀국하면) 감옥에 가게 될까봐 두렵다.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공포심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은 스포츠연맹이 아닌, 더 높은 차원에서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통하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강압적 통치 때문에 벨라루스는 최악의 독재국가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재선된 후 부정 선거를 이유로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수개월 간 이어졌고, 4만 명 가량이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시위 참석이나 야당지지를 표명한 유명 운동선수들도 투옥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반정부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제3국 민항기까지 납치해 유럽연합(EU_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특히 국가대표 코치진이 소속된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 회장직은 쿠카셴코의 장남이자 권력 이양 후계자로 통하는 장남 빅토르 루카셴코(46)가 맡고 있다. 벨라루스에서 빅토르 비판은 곧 루카센코 비판과 동의어인 셈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IOC는 올해 3월 빅토르가 벨라루스 올림픽위원회장에 선출되자 이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루카셴코와 빅토르의 도쿄올림픽 경기 참관도 금지시켰다.
IOC와 일본 정부는 치마누스카야 지원에 나섰다. IOC는 1일 성명을 통해 “상황을 조사하는 중이며 벨라루스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IOC와 협력하며 적절한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치마누스카야 안전을 보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