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와 수영, 육상은 기초 종목으로 불린다. 체중에 따른 체급도 없고 싸울 기구도 없다. 오직 훈련으로 쌓은 신체 능력이 유일한 경쟁 도구다. 육상 남녀 100m 대결에 지구촌이 주목하는 이유가 신체 능력만으로 지구에서 가장 빠른 남녀를 가리기 때문이다.
▷남자 수영 자유형 100m에서는 황선우가 5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황선우의 100m 5위가 69년 만에 아시아인으론 최고 성적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신체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서구 선수들이 이 종목을 지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선우는 그 벽을 깼다. 육상 높이뛰기 남자 결선에서는 우상혁이 2m35까지 깔끔하게 넘어 개인 최고기록(2m31)보다 4cm를 더 뛰어 역대 육상 트랙과 필드 사상 최고인 4위에 올랐다.
▷이들의 성취는 불모지에서 이룬 것이기에 더 빛난다. 대한체육회 등록 선수(2021년 상반기) 기준 육상은 남녀 총 5292명, 수영은 3155명, 체조는 1235명이다. 일본은 육상만 38만여 명이다. 인구를 감안해도 한국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들은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 양학선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그랬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특출한 천재 하나에만 기대는 게 한국 기초 종목의 현실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기초 종목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길 기대한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