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
지난달 말 미국 수도 워싱턴의 트윈 오크스 저택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 중인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50). 대만 국회의원, 국가안보위원회(NSC) 고문 등을 지낸 그는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주목받았다. 미국이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후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가 미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42년 만이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lee@donga.com
《샤오메이친(蕭美琴·50) 미국 주재 대만대표부 대표는 올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 중 가장 주목을 끌었던 인사 중 한 명이었다. 1979년 미중 수교와 함께 대만과 단교했던 미국이 대만 대표를 공식 초청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만과의 협력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됐다.
이후 6개월. 미국과 대만은 예상대로 더 강하게 밀착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 안보 협력에서부터 반도체, 팬데믹 대응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중이다. 이를 경계하는 중국의 으름장 수위 또한 높아지는 상황. 샤오 대표는 갈수록 격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대미(對美) 외교 현장을 총괄하는 키맨이자 워싱턴 내 대만 최고위 외교 인사다.》
샤오 대표는 부임 1주년을 맞아 지난달 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대만해협을 비롯한 역내 안정과 평화로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대만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역내 다른 이해당사자들에게도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매우 강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강점을 키워줄 기회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의 민주주의를 축하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은 대만이 민주주의에서 앞서나가는 국가이자 민주주의의 파트너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영광이었다. 미국과 대만 간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다. 우리 관계가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공동의 가치와 이해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을 중국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대만과의 협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다. 이 시점에 양국이 밀착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는 비슷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이런 많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최근 중국과 구조적인 경쟁을 벌여왔고, 대만은 지난 수 십년간 이런 도전의 전면에 서 있었다. 우리를 묶어주는 것, 미국과 대만이 갖고 있는 우정, 미국이 대만에 대해 보여주는 지지는 대만이 자유롭고 개방된 민주주의 국가라는 데서 나온다. 그것은 이해관계라기보다 원칙에 대한 것이며, 친구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같은 편에 서서 그를 지지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대만해협에서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문제를 우려하는가.
―미국의 군 고위 인사들이 중국의 6년 내 대만 침공 가능성을 잇달아 경고했는데….
“대만인들은 수십 년 동안 중국의 군사적 위협 아래 살아왔다. 중국이 무력 사용을 단념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억제할 역량을 갖춰가는 역동적인 과정에 있다. 중국이 우리에 대한 침공을 감행하는 것이 비용과 대가가 너무나도 큰 결과가 되도록 함으로써 이를 억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한국 내에는 중국을 의식해 대만해협의 공개적 지지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평화는 전 세계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 지역의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것, 역내 상황을 불안정하게 하는 중국의 그 어떤 행위나 일방적 변화를 저지하는 것은 모두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
“대만 총통은 인명 피해에 대한 인간적인 우려의 정신으로 위로를 전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일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국민들에게도 비극적인 일이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진심 어린 존중,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다. 이런 우리의 걱정을 표시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기술력은 미중 간 기술경쟁 속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글로벌 공급망 보안이 팬데믹이나 기술 악용, 지식재산권 탈취 같은 문제들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데 대만도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글로벌 공급 부족 상황에서 대만은 확실히 해결책의 일부이다. 주요 대만 기업도 국내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생산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에 큰 투자를 결정했다. 대만은 늘 해법의 일부가 되기를 원해 왔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기회들을 찾을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향후 한국과 더 협력할 수 있다고 보는가.
“대만과 한국은 매우 강한 무역 파트너이며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강점을 키워줄 기회들을 환영한다.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는 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인류의 발전을 더욱 진전시킬 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민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술이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국과의 백신 분야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지난해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우리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기여할 기회들을 모색했지만 불행히도 배제됐고 소외당했다. 이는 전 세계에 손실이다. 대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 분야에서 미국과의 양자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는 경제 외에 어떤 분야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나.
“대만에서는 한국의 대중음악이나 드라마,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문화적 관심이 높아졌다. 내 친구들 중에도 팬데믹 시기에 집에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 간의 문화적 연대와 교류는 서로 같은 민주주의를 지지할 수 있다. 그런 유대감과 정부 정책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여러 면에서 대만 국민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호의와 열린 마음이 양국 관계와 우정의 측면에서 화답받기를 바란다.”
이날 인터뷰는 대만이 미국과 단교하기 전 주미 대사관저로 사용했던 워싱턴 내 ‘트윈 오크스 저택(Twin Oaks Estate)’에서 진행됐다. 고풍스러운 중국 가구와 도자기, 과거 관저 만찬에서 사용했던 화려한 은식기들로 꾸민 옛 관저는 단교 전 위풍당당했던 대만의 대미 외교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샤오 대표는 미 국무부가 대만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제한했던 지침을 올해 초 해제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제 우리는 더 직접적이고 깊은 접촉과 함께 이곳에서 더 많은 친구들을 환영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자부심 어린 미소 속에 단단한 결연함이 녹아 있는 한마디였다.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1971년 일본 고베 출생.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미국 오벌린대 학사, 컬럼비아대 정치학 석사
△2000년 천수이볜 대만 총통의 통역사 및 자문관
△2001∼2004년, 2012∼2020년 대만 국회의원(민진당)
△2020년 대만 국가안보위원회(NSC) 고문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워싱턴=유승진 특파원 promot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