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랑게 ‘피아노 앞의 모차르트’, 1789년.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이러한 시대정신은 모차르트의 걸작 교향곡 38번 ‘프라하’에서 완연히 드러난다. 1786년 12월 작곡돼 이듬해 1787년 1월 19일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프라하에 바치는 모차르트의 헌사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보내준 프라하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에 대한 감사 표현이라는 것이다.
1악장은 모차르트의 모든 교향곡 중 가장 우아한 악장이다. 느린 아다지오 도입부는 반음계와 당김음, 다양한 전조 등으로 본 악장의 특징을 전한다. 오페라 ‘돈 조반니’를 연상시키는 단조와 팀파니 소리가 듣는 이에게 긴장감을 준다. 반면 본 악장은 ‘마술피리’ 서곡을 연상시킬 만큼 역동적이다. 각각의 악절은 매끄럽게 이어져 있다. 엄격한 형식 안에서 유기체적인 매력을 선보이는 정교하고 완벽한 악상이다.
일반적으로 교향곡에는 춤곡이 형식적으로 포함되지만 프라하 교향곡은 예외다. 모차르트는 왜 춤곡 악장을 쓰지 않았을까. 도입부에 모든 게 들어 있기 때문이라거나 3악장으로 된 이탈리아 교향악의 전통을 따랐다거나 혹은 단순히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등 많은 해석이 있다. 음악 전문가 쿠르트 팔렌은 이같이 지적했다. “모차르트가 이 같은 엄숙한 작품을 가벼운 춤곡으로 끊어놓고 싶었겠는가?” 세 개 악장은 모두 극도로 우아하지만 동시에 깊은 내적 고뇌를 숨기고 있다. 어쩌면 모차르트는 혼자 있고 싶었으리라. 본질적으로 사교적인 춤곡 악장은 내면의 고독을 말하려는 작품과 어울리기 어렵다. 이처럼 형식은 내용에 따라 고칠 수 있다. 그것이 혁신이다. 우리 시대와 상황에 맞는 형식은 뭘까. 질서, 법령 등은 그 자체가 ‘정답’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도구’다. 그것이 곧 질서 속 자유다. 질서 속 자유는 모차르트의 프라하 교향곡처럼 아름답다.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