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
“이런 차는 다시 안 나올 거예요”라는 말을 덧붙인 지인은 사실 보통 이상으로 신기술에 환하다. 각종 첨단 장비에 두루 지식이 있고, 신형 가전제품도 적극적으로 쓴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차를 산 것이다. 터보 등 과급 장치가 없는 자연 흡기 엔진에, 옛날 방식의 수동 변속기가 장착된 차는 이미 나오지 않는 추세다. 가치를 인정받는 자동차는 일정 시점을 넘어가면 가격이 올라간다. 실제로 다른 지인은 자신의 희귀한 자동차를 최근 웃돈 받고 팔았다고 했다.
효율과 효용이 다한 20세기 기술이 감성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개인용 취미 기계 분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음향 재생 기계도 마찬가지다. 요즘 일부 젊은이 사이에서는 카세트테이프가 유행이다. 빈티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파는 가게의 제품은 으레 품절되고, 카세트테이프를 많이 파는 가게들이 기사에 소개되고, BTS도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했다.
20세기 기술이 21세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경향은 젊은 사람들에게 더 도드라지는 듯하다. 지난 세대 사람들에게 오래된 물건이란 추억 혹은 고물일 뿐이었다. 반면 젊은이에게 20세기의 물건은 본 적 없던 시대의 하이테크다. 멀쩡히 작동하는 유물 같은 것이다. 자동차, 오디오, 종이 잡지, 필름 카메라, 모두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팔려나간다. 요즘 젊은이들은 애플 워치를 차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옛 기술과 새 기술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존한다.
신기술과 옛 기술의 공존은 하다못해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어진다. 올림픽의 각종 시간 기록은 전문 노하우와 전용 설비가 필요한 업무다. 스위스의 스포츠 시간 계측 전문 회사가 매번 진보한 시스템으로 시간 계측 일체를 진행한다. 올림픽 육상 종목 등의 마지막 바퀴에서 치는 종인 ‘라스트 랩 벨’만 변함이 없다. 이 종은 아직도 스위스 라쇼드퐁 지역에서 직원이 한 명뿐인 대장간의 대장장이가 쇳물을 녹이는 일에서 시작해 옛날 방식으로 만든다. 그 종소리가 여전히 전 세계에 울린다. 나는 그 종을 볼 때마다 옛것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음을 실감하곤 한다.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