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남북대화 재개 모멘텀 상실 우려… 연기하자니 ‘김여정 하명’ 논란 부담 송영길 “예정대로” 설훈 “연기해야”, 통일부는 “연기” 국방부는 “실시” 외교안보 부처들까지 엇박자
뉴스1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되 이달 둘째 주 예정대로 실시하려던 청와대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노골적 훈련 중단 요구에 하루 뒤인 2일에도 분명한 입장을 내지 못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훈련 연기론이 나오자 송영길 대표가 일축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통일부는 훈련 연기론을 주장한 반면에 국방부는 “계획대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는 분위기여서 외교안보 부처 내 엇박자까지 나타났다.
임기 말 국면 전환과 내년 대선 등을 고려해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한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훈련을 연기해서라도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잡은 대화 재개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훈련을 연기할 경우 김여정의 훈련 중단 압박에 굴복했다는 ‘김여정 하명’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훈련 실시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훈련 하려던 靑 김여정 담화 뒤 “입장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미 훈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군 당국에서 밝혔듯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김여정 담화 의도를) 확인하며 지켜보고 있다”면서 “지금 단계에선 아직 (훈련 연기와 관련해) 어떤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경색을 위협한 김여정 담화에도 이날 “어떤 경우에도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훈련 연기를 재차 주장했다. 국방부는 “훈련의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냈지만 군 내부적으론 한미 당국이 잠정 합의한 대로 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 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훈련 실시가 필수적이라 보고 있어 연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여당서도 “연기” “안 돼” 엇박자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는 설훈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본격적인 대화 복원을 위해 한미 공조를 통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훈련 연기를 주장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처럼 훈련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의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임기 말 남북대화 국면이 내년 대선에 유리하다는 기대감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압승한 2018년 지방선거 직전인 그해 4월 남북 정상 간 판문점 회담이 열렸다.
다만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번 훈련은 김여정 부부장이 말한 적대적 훈련이 아니다”라며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여정 하명’ 논란이 불거지면 화살이 여권으로 향해 오히려 선거 국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 외교관 출신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훈련을 중단하라는 김여정의 하명 같은 요구에 더는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