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 파병 부대인 청해부대에서 80%가 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부대원들은 무사히 완치됐지만 군은 부실한 방역 체계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죠.
미국 군대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떨까요. 주한미군은 한국이 아직 접종 기미도 없던 지난해 12월 본국에서 백신을 수송해와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벌써 접종을 시작했다면 7,8개월이 지난 지금쯤 미군은 매우 높은 접종률에 도달했을까요.
그렇지 못합니다. 육해공군 해병대, 현역군 방위군에 따라 조금씩 수치가 다릅니다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7월말 현재 1회 이상 접종자는 51%(군사전문지 밀리터리타임스 보도 통계)입니다. 군인 2명 중 1명꼴로 접종하지 않았다는 말이죠, 이는 미국 평균 접종률(1회 이상) 57%보다 낮습니다.
전문가들은 군인들의 백신 거부감에 대해 “대부분 근거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분위기가 강한 것은 “군인들의 젊은 연령대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대다수 군인들은 젊고 건강에 대한 확신이 강해 백신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미군 사병의 평균 연령은 27세, 장교급은 34.5세로 미국 중위 연령(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연령) 38세보다 낮습니다.
미군은 의무 접종이 아닙니다. 군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가 정부가 강제성을 부여한 의무 접종이 아닌 자발적 희망 접종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물론 한국도 명목상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백신이 부족한 한국은 사전 예약 단계부터 북새통을 이루지만 여러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이 깊은 미국은 다릅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습니다.
그러자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의 권한 행사가 용이한 공무원과 군에 대한 접종 의무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군은 군대로 반발이 큽니다. 공무원 부문에서는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등 지난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노동조합 단체들이 나서 정부에 ‘우려’ 의견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군 쪽에서는 정치인들이 군 의무 접종을 금지하는 법안(HR 3860)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은 “아무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백신을 접종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일선 군인들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의무 접종이 실시되면 군을 그만 두겠다”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도입니다. 군을 그만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모병제인 미국에서 백신 접종 문제가 전력(戰力)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접종 의무화 정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중에는 “내가 군에게 ‘싫다(NO)’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포트카슨 측은 백신의 안전성 문제보다 자유 선택권을 이유로 반대하는 군인들이 더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집단 조직 문화와 상명하복 시스템이 중시되는 군대에서 자유의사 표시 영역으로 남아있던 백신 접종마저 선택권을 빼앗지 말라는 의미겠죠.
백신 접종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개인의 권리 존중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나라에서 세밀한 여론 분석 없이 의무화 정책을 밀고 나갔다가는 만만찮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