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는 3.4%↑… 4년만에 최고 경기 불확실성 커지며 관리 비상
3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라 4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2.6% 올라 4개월 연속 상승률이 2%를 웃돌았다. 당초 정부는 하반기(7∼12월)에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2개월 만에 다시 올해 최고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가운데 물가만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로 작년 같은 달 대비 2.6% 올랐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매달 상승 폭을 키워 5월(2.6%) 9년 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6월(2.4%)에는 상승 폭이 다소 줄었지만 두 달 만에 올해 최고치로 돌아간 것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은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개인서비스와 가공식품 오름세가 더 커졌고, 전기·가스·수도도 상승 전환하면서 물가 상승 폭이 전달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라 전달보다 상승률이 0.4%포인트 커졌다. 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던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 7.3% 올라 오름 폭이 줄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7% 올라 2017년 8월(1.8%)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밥상물가에 유가-집세까지 들썩… “하반기도 걱정”
물가 넉달 연속 2%대 상승 주거비 부담도 커졌다. 지난달 집세(1.4%)는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가 2.0% 올랐고 월세는 0.8% 상승했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2.7% 뛰었다. 재료비 인상 등으로 외식 물가가 2.5% 올랐고, 휴가철을 맞아 호텔 숙박료(2.7%) 휴가 관련 서비스 물가도 뛰었다.
다음 달 추석을 앞두고 민생물가가 치솟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수장들은 앞다퉈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대전 오정농수산도매시장과 이마트를 방문해 계란 등 농축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농축수산물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고 폭염, 태풍 피해 등 추가 상승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추석 전까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성수품 공급 규모 확대 및 조기 공급, 수입물량 확대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전망처럼 하반기에 물가가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물가 인상을 견인한 밀가루, 석유 등 주요 원자재 값이 더는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코로나19가 장기화돼 원자재 공급망에 차질이 이어지면 올 하반기에도 소비자 물가가 안정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 88%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11조 원 규모의 5차 재난지원금이 풀리기 시작하면 한우 등 수요가 늘면서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유통업계도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가 9월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식료품에 국한됐던 물가 상승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해외 수출에 따른 수요, 공급 증가 압력도 있어서 물가 상승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상황이 나빠지면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만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 교수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 일부를 회수하는 등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물가가 관리 목표치(연 2%)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중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