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마오쩌둥 배지 달고 시상대 서기도
극단적 ‘스포츠 굴기’에 눈살
‘하나의 유령이 도쿄를 떠돌고 있다. 중화사상이라는 유령이.’
국민적인 기대와 부담을 안고 뛰는 건 어느 나라 선수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 중인 중국 선수들은 메달 종합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전에 보기 힘든 압박을 경험하고 있다. 조금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려도 극단적인 중화주의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남자 복식에 출전한 류이천-뤼진후이 조가 대표 사례다. 중국은 이 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었지만 이들은 결승에서 대만 대표 리양-왕지린 조에 0-2(18-21, 12-21)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필 정치적으로 민감한 관계인 대만에 패한 탓에 이들은 ‘매국노’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이에 사이클 여자 단체 스프린트 대표팀이 마오쩌둥 배지를 차고 시상대에 오르는 등 중국 선수들은 자신들의 애국심을 증명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화주의자들은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중국 굴기(굴起)’를 구현하려 하지만 바깥세상 풍경은 정반대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지난달 9일 중국 내 인권 상황을 이유로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보이콧하라고 회원국에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