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당한 盧 대통령”이라고? 집권세력이 퍼뜨린 가짜뉴스다 이스타 창업주에 놀아난 민주당 ‘언자완박’으로 언론자유 완전 박탈
이것은 거의 천기누설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달 말 언론 ‘개혁’을 강조하다 말해 버리고 말았다.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 수사정보를 흘리는 검찰의 인권침해와 그것을 받아쓰기하던 언론의 횡포에 당하셔야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고인의 죽음을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왜 정권 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리는 언론중재법을 서두르는지 이제 확실히 알 것 같다. 그들은 두려운 거다. 검찰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권력비리 수사를 마비시키고,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까지 모조리 제 사람으로 채워 놓고도 불안한 것이다. 아직도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한줌 언론이 남아 있어서.
그러나 집권세력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권경애 변호사의 ‘무법의 시간’을 인용하면,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횡령한 12억5000만 원의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됐다. 유시민은 “권 여사가 노건평을 통해 박연차에게 받은 명품시계를 대통령 퇴임 후 갖고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이 망치로 깨버렸다”고 2017년 밝힌 바 있다. 즉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가족 관련 부패 때문이지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할 순 없다는 얘기다.
당시 이상직은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에 회삿돈 555억 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초읽기에 몰린 상태였다. 그는 보통 기업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다. ‘대통령 저격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문 대통령 사위 서모 씨가 이상직과 관련된 ‘타이이스타젯’이라는 회사에 2018년 7월 입사해 3주간 근무했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이상직 구속 직후인 5월 초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상직과 타이이스타젯 대표 등을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이스타항공 자금 71억 원이 타이이스타젯 설립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거다. 문 대통령 딸 일가족의 태국 이주와 수상한 자금 흐름, 이상직의 2018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취임과 2020년 민주당 단수 공천 등을 김어준 식으로 말한다면 ‘냄새’가 나는 것이다.
느긋했던 민주당이 5월 말 돌연 미디어혁신특위를 꾸리고 강경파 김용민 의원을 내세워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대통령 가족 비리 보도가 터져 나오는 것을 막고, 터질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인격권 침해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최고 5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언론사와 기자들은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점일 터다.
전두환 정권 시절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안기부에 붙잡혀가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손해배상 따위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이고 민주주의 시대다. 그래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불렀다는 문 정권의 위선이 더 가증스러운 거다.
조국은 2012년 서울대 교수 시절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이 정권의 내로남불이 하나둘도 아니지만 실제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적 인물 비판은 고의적 명예훼손이 아니면 민사적 책임도 묻지 않는 추세다. 암만 헌법재판소에 코드인사로 가득해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위헌 결정이 날 수밖에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친문 적자(嫡子)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선 여론조작을 한 죄로 수감되면서 “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집권세력 모두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 정권이 기어이 위헌적 언론악법을 만들겠다면 ‘문정권 수호법’이라고 개명이라도 하기 바란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