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 당국, 의사당 150명으로 늘렸지만, AZ-모더나-화이자 3종류 동시접종 26일부터 2040 1차 접종도 시작
‘8월 23일 월요일 예약자 175명.’
이달 말 서울 A내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 현황이다. 하루 8시간 진료를 기준으로 하면 시간당 21명 이상 접종해야 한다. 오전 10시에만 40명의 예약이 몰려 있을 정도다. 의사 한 명이 기존 환자의 진료를 보면서 170명이 넘는 코로나19 접종자의 예진과 상태까지 챙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A내과 원장은 “인플루엔자(독감) 접종 때도 하루 최다 인원이 100명으로 제한됐다”며 “코로나19 접종은 훨씬 까다로운데 예약 인원이 더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8말 9초(8월 말∼9월 초)’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몰리면서 의료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 수급 차질 등으로 공백 기간이 생기면서 공교롭게 5, 6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은 60, 70대와 7, 8월 화이자를 맞은 50대의 2차 접종 시기가 겹친 것이다. 또 26일부터는 20∼40대의 1차 접종도 시작된다.
특히 이때부터는 ‘다종 백신’ 접종이 본격 시작된다. 의료기관 한 곳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등 3종류의 백신 접종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다. 서울의 B내과 원장은 “진료실과 주사실 수액실을 모두 동원해 백신 종류별로 접종 장소를 다르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의 C이비인후과 원장은 “백신을 한두 개 접종할 때도 오접종이 나왔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디선가는 (오접종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이 초과 예약에 따른 일정 조정을 병의원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보건소는 “150명을 초과한 경우 의료기관이 직접 대상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서울의 B내과 원장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와 달리 병원이 갑자기 연락해서 ‘일정을 바꿔야 한다’고 하는 건 쉽지 않다”며 “방역당국이 현장 상황을 모르고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2차 접종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일단 제한 인원에 상관없이 (예약을) 잡았다”며 “일자별로 배분하는 작업을 이번 주중 마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