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선수 경험 없이 16세때 지도자 시작 ‘올림픽 지휘봉’ 원해 한국팀 맡아… 5세트 막내 박은진 투입 ‘신의 한수’
“이 꿈을 아무도 깨우지 않았으면 한다.”
4일 터키와의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42·이탈리아·사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리에 드러눕는 듯 양손을 머리 뒤로 갖다대며 “다른 팀 경기를 편하게 볼 여유가 생겼다. 친구랑 전화 좀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믹스트존 너머에서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코치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도쿄 올림픽은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꿈이 현실이 되는 무대다. 그는 이날도 “매일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가 되는 대부분의 감독과 달리 선수 경험이 없는 라바리니 감독은 16세에 이탈리아의 지역 유소년 클럽 감독을 도우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세밀한 분석과 전략을 인정받아 브라질의 명문 클럽 미나스를 맡기도 했던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마음에 2019년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국 배구 첫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현재 이탈리아 이고르 고르곤졸라 노바라 감독직도 맡고 있다.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가능성은 이미 우리 손에 쥐고 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