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이 일본군인가" 사과 요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6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자리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난 2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환영식이 열린 국민의힘 회의실. 이준석 대표는 회의실 배경에 그려진 건전지 모양의 빨간색 배터리를 윤 전 총장과 함께 충전시킨 뒤 “국민의당과의 합당 절차가 끝나게 되면 배터리끼리 합치는 모양으로 만들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언급대로 두 정당의 배터리가 합쳐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합당 협상 시한을 이달 8일까지 못 박고 안 대표가 직접 나설 것을 압박했다.
그는 “이번 주가 합당의 분수령이자 마지노선이다. 이것을 거스르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8월 둘째 주 휴가 일정과 함께 8월 말 시작되는 국민의힘 경선 일정과 합당 실무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주까지 합당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몸통 배후 수사 및 대통령 진실고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서 안 대표는 “대선 주자들이 제1야당에 모이면서 축제 분위기로 보이지만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야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의 총합보다 높다”며 “제1야당과 제2야당 지지자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플러스 통합이 정권교체를 담보할 수 있다”고 야권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되는 합당 방식보다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당대당 통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이번 1인 시위가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합당 논의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당분간 독자 노선을 걷다가 단독 출마를 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정국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에서도 안 대표의 독자 출마 가능성이 언급됐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3일 “합당을 통해 안 대표의 역할을 제도화하려던 열린 플랫폼이 실패했다”며 “야권의 외연 확장을 위해 역할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4일 “개인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양당의 합당 협상이 당명 변경 등을 둘러싼 신경전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격화된 가운데 안 대표의 독자 출마까지 거론되면서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는 4일 합당에 대해 이 대표가 ‘예스(Yes)인지 노(No)인지’ 답을 하라는 것과 관련해 일본 전범을 언급했다.
안 대표는 “2차대전에서 일본이 싱가포르를 침략했다. 싱가포르는 그때 영국이 점령 중이었다”면서 “양쪽 장군끼리 담판을 벌였는데 그때 야마시타 중장이 한 말이 ‘예스까 노까(예스인가 노인가), 할복할래 말래였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설마 (이 대표가) 그런 의도로 했을까. 아마 역사적 사실 모르고 그 말씀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제 누가 대화 중에 ‘기냐 아니냐’라고 하면 전범 취급 당하겠다”며 “친일몰이를 넘어서 전범몰이는 신박하다”고 반격했다.
이 대표는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준석에게 일본군 전범이 연상된다면 국민의힘은 2차대전 때 일본군 정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인가”라며 “상식에 벗어난 발언이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