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1명의 여성에 대한 성추행 사실이 밝혀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64)가 여러 건의 검찰 수사를 동시에 받게 될 전망이다. 뉴욕주 의회도 조만간 탄핵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는 쿠오모가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4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뉴욕시 맨해튼 지검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검은 이날 쿠오모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뉴욕주 검찰이 모아놓은 수사 자료를 공식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올버니 카운티 검찰도 쿠오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 뉴욕주 검찰은 5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 쿠오모가 11명의 여성을 성추행하거나 이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밝히면서도 민사 성격이 강하다면서 그를 형사 기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쿠오모가 잇단 성추행으로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지자 다른 수사기관들이 그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검찰이 성추행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 수사하면 쿠오모가 받는 압박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성추행 행위에 대한 진실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범죄 혐의자로 기소돼 법의 심판을 받을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쿠오모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AP통신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0명에 이르는 주 하원의원 중 최소 86명이 쿠오모의 탄핵 절차 개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하원에서는 과반의 찬성만 있어도 탄핵안이 가결된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 상원도 탄핵에 찬성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연방의회의 민주당 지도부 역시 그에게 등을 돌린 상태라 쿠오모는 이미 정치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다.
쿠오모가 계속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 심판이 9월 경이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주 의회의 한 소식통은 WP에 쿠오모에 대한 탄핵안이 수주 안에 작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