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준중형차로 불리는 아반떼를 고성능 스포츠카로 업그레이드한 아반떼 N도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비슷한 단추를 달았다. 영화처럼 연료에 가스(아산화질소)를 주입하진 않지만 주행 중 20초 동안 엔진출력을 극대화시키는 ‘N 그린 쉬프트(NGS)’다. 핸들을 쥐었을 때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닿는 위치에 있는 NGS 버튼을 누르니 이미 170km 속도로 달리던 차가 순식간에 190km 가까이 질주했다.
3일 강원 인제군 인제스피디움에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세단 모델인 아반떼 N을 직접 몰아봤다. 280마력, 최대토크 40kgf·m의 힘을 내는 2.0 터보 엔진은 일반도로부터 전문가용 서킷 주행까지 무난하게 소화했다.

‘그릉그릉 타다닥’ 폭발하는 엔진음과 함께 가속하는 런치 컨트롤 모드에서는 몸이 뒤로 쏠렸다. 런치 컨트롤은 정지 상태에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아 엔진 출력을 끌어올린 뒤 브레이크를 놓아 급발진하는 기술이다. 아반떼 N은 런치 컨트롤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 만에 도달한다. 앞서 출시된 코나 N(5.5초) 벨로스터 N(5.6초)보다 빠르다.

노멀-스포츠-N 모드로 넘어갈수록 서스펜션이 단단해졌고 뒤에서 미는 힘도 강해진 기분이었다. 스포츠 모드가 러닝화라면 N 모드는 축구화처럼 징이 막힌 스파이크화 같았다. 가속할 때 터지는 배기음은 N 모드로 갈수록 거칠어졌다.
노멀 모드로 달린 일반도로에서는 준중형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정숙함과 묵직함이 느껴졌다. 다른 차들이 중앙선을 넘기 일쑤인 인제의 굽이진 도로를 돌때도 코너링에 여유가 있었다. 요철을 지날 때도 방음장치가 된 것처럼 소음과 진동을 잡아줬다.
결과적으로 아반떼 N은 여행지에서 렌트카로 접했던 옛 아반떼의 주행 기억을 단박에 날렸다. 노멀-스포츠-N 모드로 변환할 때마다 확연한 성능 차이로 ‘1차3색’의 느낌을 줬다. 영화나 게임 속 빨간색 버튼에 대한 로망이 있거나 오랫동안 묵혔던 질주 본능이 꿈틀대지만 고가의 슈퍼카는 부담스러운 드라이버라면 ‘일상의 스포츠카’ 아반떼 N을 추천한다. 가격은 MT 사양 3212만 원, DCT 사양 3399만 원이다.
인제=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