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김치의 중국어 번역·표기를 ‘파오차이(泡菜)’에서 ‘신치(辛奇)’로 변경한 것과 관련,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신기(辛奇·중국어 발음은 신치)’로 바꾼다는 문체부의 발표를 철회해 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5일 오후 4시 기준 82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 교수는 “김치는 많은 외국, 특히 중국인들도 거의 다 아는 명사”라며 “이런 상황에서 김치를 대신할 말로 ‘신치’를 제정한 것은 자칫 한국이 김치라는 말을 포기하고 신조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어느 사회, 어느 국가라도 자신들에게 없는 문화를 이해하기 쉽도록 명명하기 위해 자신의 문화와 가장 근접한 용어를 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인들도 한국의 김치와 가장 근접한 문화라고 여기는 그들의 ‘파오차이’를 택해 김치를 번역하고, 대신 한국의 김치가 자신들의 파오차이와 다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한궈(한국)’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지금까지 줄곧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라고 불러왔다”고 했다.
김치와 파오차이 비교. 뉴스1
김 교수는 “지금으로써는 ‘한궈 파오차이(韓國泡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괄호 안에 [Kimchi]라는 영어 발음표기를 함께 적어주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며 “굳이 생뚱맞게 ‘신치’라는 말을 지어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닌 동아시아 공동의 문자”라며 “한자엔 당연히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한국식 한자 발음이 있다”고 했다. 그는 “김치를 ‘辛奇’로 표기하는 순간 중국 발음으로는 ‘신치’가 되지만, 한국식 한자발음으로는 ‘신기’가 된다”며 “자랑스러운 고유명사 김치가 우리나라 내에서도 ‘신기’로 둔갑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우리가 나서서 김치라는 고유명사의 고유 발음을 버리면서까지 ‘신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처사이자, 망국적인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