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도 고용보험료율을 0.2∼0.4%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노사정이 참여한 ‘고용보험제도 개선 태스크포스’에 제출했다.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료 수입은 안 늘어나는데 실업급여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가 생색낼 사업에 쓸 돈을 고용보험기금에서 빼서 쓰는 등 방만한 기금 운용도 주요한 원인이 됐다.
정부 안대로 보험료율이 오르면 월급 300만 원인 근로자는 매달 3000∼6000원씩 고용보험료를 더 떼이게 된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 사업주가 반반씩 내기 때문에 사업주도 같은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한다. 1995년 제도 도입 후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한 번씩 인상됐던 고용보험료가 현 정부에선 2019년에 이어 두 차례나 오르게 됐다.
정부가 보험료를 또 올리려는 건 기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10조 원이 넘던 기금 적립금이 올해 말엔 ―2조8544억 원으로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자가 늘면서 올해 2월부터 매달 실업급여로만 1조 원 넘는 돈이 나가고 있다. 현 정부 초 최저임금 급등 등의 영향으로 ‘일자리 쇼크’가 발생해 보험료 수입이 정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고, 2019년부터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기금은 이미 심하게 부실해진 상태였다.
코로나19 같은 위기에 대비해 고용보험기금은 늘 건전성을 충분히 유지해둬야 한다. 보험료 낼 사람이 부족한데 대책도 없이 지출만 확대하면 기금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에 다시 손 벌리기에 앞서 기금 부실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소상히 밝히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