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 경제부 기자
올해 6월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가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2.6%)을 보이자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 걱정을 진화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당시 하반기(7∼12월)부터 기저효과가 완화되고 농축수산물과 원자재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 물가가 안정 목표치인 2% 안쪽으로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은 정부가 약속한 물가 안정 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2.6% 오르며 4개월 연속 2% 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017년 8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하반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자 “곧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곧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고문은 물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해 “지금이 최고점”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시장은 아직도 끓고 있다. 정부는 대출 규제와 세제까지 꺼낼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한 뒤 이젠 과거 위기 때 일을 들먹거리며 국민들에게 집 사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니 정부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낙관론 일색이 정책의 실기로 이어지거나 무오류의 착각에 빠져 정책 실패의 탓을 다른 곳으로 돌릴까 걱정이다. 정부는 외국산 달걀을 들여와도 달걀값이 잡히지 않자 ‘소비자들이 하얀색 수입 달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탓하고 부동산값이 계속 오르는 건 주택 수요자들의 투기 심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대응한다. 코로나19가 잡히지 않으면 백신 부족을 통렬히 반성하기보단 방역 수칙을 잘 지키지 않는 국민 탓부터 먼저 하는 모습도 보인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고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로 국정 운영의 무거운 책임을 피해 갈 순 없다. 말의 성찬은 지난 몇 해 동안 들어온 것으로 충분하다. ‘잘될 거야’라는 희망고문을 남발하며 비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보다 지금껏 해 온 일에 문제가 없는지, 보완할 건 없는지 반성과 성찰을 통해 냉철한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행정’을 국민들은 보고 싶다.
송충현 경제부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