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는 15억 대쯤 된다. 지난해 순수 전기차 판매는 200만 대를 조금 넘겼다. 보급 속도가 더 빨라져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모두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전환 속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차는 전기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이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전기차는 잘 갖춰진 전력 시스템을 요구한다. 한국 같은 나라라면 큰 문제가 없다. 2030년 전기차 300만 대 보급 계획을 세운 한국은 그에 걸맞은 전력 인프라를 준비할 능력과 자원이 있다.
전기차가 결국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도 봐야 한다. 2030년 국내에 300만 대의 전기차가 보급됐을 때 충전을 위한 주발전원은 석탄화력과 원자력 순서일 것으로 분석된다.
탄소 배출 문제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유리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전기차 비중이 점차 커져 충전을 위한 전력 생산에 더 많은 화석연료가 필요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의 공존이 최적의 대안일 수 있다.
최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라는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기로 주행하지만 배터리 충전에 내연기관을 쓰는 기술이다. 충전 역할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회전수를 고정할 수 있는 엔진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충전 인프라로 인한 제약은 전기차보다 훨씬 작다.
볼보나 메르세데스벤츠처럼 비싼 차를 파는 자동차 기업이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도 힌트는 있다. 볼보는 연간 100만 대에 못 미치는 차를 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도 200만 대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들 브랜드의 주요 시장은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차를 생산해 더욱 다양한 지역에서 판매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도요타 같은 대중 브랜드는 꽤 먼 미래에도 여전히 많은 양의 내연기관차가 판매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