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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 사장님 눈물을 닦아 주세요[벗드갈의 한국 블로그]

입력 | 2021-08-06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간판을 꼽으라면 첫 번째는 교회, 두 번째로 치킨집, 그 다음으로 편의점과 커피숍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겐 그렇게 보였다. 처음엔 한국 사람들이 창업을 쉽게 생각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그럼 장사가 잘되어야 할 텐데, 그 또한 아닌 것 같다. 수시로 간판이 바뀌는 것을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100세까지 사는 사람이 늘어날 거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평균 퇴직 나이가 60세라고 하면, 40년 동안 먹고사는 문제가 생긴다. 아이를 가르치고, 내 집을 마련하고, 또 자녀들을 시집·장가보낸 뒤 남은 돈으로 수십 년을 버텨야 한다. 어릴 때는 나이를 먹는 게 좋은 줄 알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주변에서 많은 노인분들이 폐지를 수집하는 모습을 본다. 그들도 한때는 깔끔한 옷을 입고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 미소가 사라진 표정으로 버거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안타까우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시아버지는 군인 출신으로 연금을 받으니 비교적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없는 편이다. 다만 많은 이들이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퇴직하고, 그 후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모아 창업을 준비한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 대도시의 주택가에서는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집 근처의 한 건물만 해도 1층에 치킨 가게가 두 곳이나 있다. 치킨 가게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듯한데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하는 사장님들은 요즘 마음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3.4%에 달한다고 한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다지만 결과를 보면 그게 꼭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자금이 충분하다면 여러 번 실패해도 그만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이라면 몹시 위험할 수도 있다. 중장년층 창업에 대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서 정책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요즘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될 때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여러 지원이 꼭 필요해 보인다. 예컨대 코로나 시국에 재난지원금도 좋지만 임대 계약 중도 포기 시 계약자에게 손실이 덜 가도록 지원해주는 것 또한 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는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재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수도권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 거리 두기 4단계 발표가 난 날에 있었던 일이다. 몇 주 전에 일어난 일인데도 아직 생생하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한 국밥집을 찾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당시 식당에서 틀어놓은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때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출입 금지’ 내용을 들은 국밥집 사장님이 눈물을 글썽이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러 갔다. 그는 “이번 달 임차비, 관리비 어떻게 해”라고 말하며 울었다. 마침 식당의 유일한 손님이던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앉아 있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국밥집 사장님처럼 코로나로 수입이 끊기고 임차료 걱정에 눈물 흘리는 자영업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일 사회 구성원 일부가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면,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우리는 사회 공동체로서 책임을 나누며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거리 두기를 무색하게 하는 야외 술판들이 많이 벌어졌다. 당국이 단속을 나섰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감이 날 정도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킬 것은 지키고, 서로를 돕는 일은 중요하다. 아마 이런 생각은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하고 있을 듯하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힘이 없지만 많은 이들이 좋은 사회를 꿈꾸며 이야기한다면 세상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좋은 점은 재빨리 받아들이고 잘못된 점을 빠르게 개선하는 특징을 가진 나라다. 이러한 장점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들을 응원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