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김여정 압박에도 실시 가닥… 훈련 참가할 美병력도 순차 입국 코로나 감안 규모는 더 줄어들수도… 송영길 “김여정 말 이유로 연기 안돼” 범여의원 74명은 “훈련연기” 성명, 野 “여당이 김여정 하명부인가” 비판
동아일보 DB
한미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도 16일부터 예정대로 하반기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규모를 애초 한미 간 협의보다 더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여정의 훈련 중단 압박 나흘 만인 이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74명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오전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훈련 연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은 직후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어서 여당 내 분열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야당은 ‘김여정 한마디’에 여당 의원들이 집단행동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한민국 집권 여당이 김여정의 하명부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 “연기 안 하되 규모 더 축소될 듯”
복수의 군 관계자는 이날 “내부적으론 이미 훈련을 실시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여권에서 훈련 연기 주장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군은 미국에 훈련 연기 요청을 한 적도, 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훈련 관련 발표는 훈련 시작 하루 전인 15일로 예상된다.이미 미 본토에서 연합훈련에 참가할 미 증원 병력이 순차적으로 입국해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규모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고려해 당초 한미 간 협의로 축소된 수준보다 더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의 강화된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훈련 기간 중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에 파견되는 우리 군 인력이 대폭 줄어들고, 훈련 인원 간 거리 두기를 더 엄격히 시행해 훈련에 참가하는 전체 병력이 더 축소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 宋 “김여정 이유로 연기 안 돼” 일축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설훈 의원 주도로 이뤄진 훈련 연기 촉구 서명에는 민주당 의원 61명과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의원 13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올 것을 조건으로 한미 양국이 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결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송 대표는 앞서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훈련이) 다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기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을 지낸 김병주 의원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훈련 참가 미군 대부분이 입국한 상태”라며 “연기나 취소를 주장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올림픽으로 따지면 예선 경기가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에도 민주당 의원 카카오톡 단체방에 “연합훈련이 정치적 협상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송 대표는 그럼에도 당 의원들의 집단행동이 나오자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연기를) 북측의 김여정 부부장이 얘기한 거지 않냐. 훈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런 걸 이유로 연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