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급증에 3년째 적자 현행 1.6%인 고용보험료율 1.8~2.0%로 인상 방안 검토
정부가 고용보험료율을 현행 1.6%에서 1.8∼2.0%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직급여(실업급여) 지출 급증으로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되자 결국 보험료 인상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고용보험료율 인상 △실업급여 수급 요건 강화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세금 지원 확대 등을 고용보험기금 적자 해소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 고용보험료율 인상과 관련해 고용부는 현행(1.6%)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0.4%포인트 인상하는 3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재정추계 보고서도 함께 제출했다.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악화되면서 지난해부터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부가 구체적인 요율과 재정추계 등을 노사에 제시한 건 처음이다.
文정부서 실업급여 지급 기간-금액 늘려
2017년 10조 넘었던 고용기금, 사실상 고갈
2017년 10조 넘었던 고용기금, 사실상 고갈
정부가 고용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현 정부 들어 실업급여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10월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지급액을 늘린 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정부는 기존 3∼8개월이던 지급 기간을 4∼9개월로 늘리고 지급액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일자리 정책 실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겹치며 지난해부터 실업급여 지급액이 크게 늘었다. 실업급여 월 지급액은 지난해 5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지난달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을 고려해 5년 내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경우 최대 절반까지 급여액을 삭감하는 안을 마련했다. 한 사람이 여러 번 실업급여를 받는 중복 수령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미 재정이 고갈된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월 3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은 고용보험료로 매달 2만4000원을 내고 있다. 고용보험료는 개인과 회사가 절반씩 낸다. 만약 정부의 인상안대로 보험료를 0.2∼0.4%포인트 올리면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3000∼6000원 늘어난다.
고용보험료율 변경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 그전에 노사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의결기구가 아니어서 노사가 반대하더라도 정부는 보험료를 올릴 수 있다. 고용보험료 인상은 1995년 제도가 도입된 이래 1999년, 2011년, 2013년, 2019년 등 총 4차례 이뤄졌다. 만약 이번에 고용보험료 인상을 결정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만 보험료가 두 차례 오르게 된다. 고용부는 “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에 대해 여러 안을 두고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며 “아직 고용보험료 인상이 결정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