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달걀값 고공행진에 ‘유통해법’ 달걀 2억개 수입했지만 가격 그대로 하나로마트선 외국산 판매 ‘부담’… 농가 “산란계 지원 정책 확대해야”
정부가 7개월째 고공 행진 중인 달걀값을 잡기 위해 수입 달걀을 국산 농산물 유통망인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저렴한 수입 달걀 판매망을 확대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복안인데 양계농가는 “수입 달걀 판로 확대보다 산란계 지원 정책으로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하나로마트서 수입 달걀 판매도 검토
5일 정부와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농협은 하나로마트에서 수입 달걀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올 1월 말부터 최근까지 미국에서 약 2억 개의 달걀을 수입해 대형마트, 전통시장,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유통했는데 달걀(특란 기준) 한 판 가격은 2월부터 7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전국 2200여 개 지점을 가진 하나로마트로 수입 달걀 유통 채널을 늘려 달걀값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달걀값이 오른 만큼 수입 달걀 판로 확대로 부족한 공급 일부를 채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최근 평년 수준(하루 4300만 개)을 회복한 국내 달걀 생산량에 수입 달걀 300만 개를 더하면 국내의 하루 평균 소비량 약 4600만 개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산 달걀 수요가 높아 저렴한 수입 달걀을 들여와도 양계농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판매처 확대로 국산 달걀 수요를 수입 달걀로 대체하면 달걀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산란계 지원으로 국내 생산 늘려야” 농가 반발
정부는 수입 달걀 판로 확대와 함께 달걀 유통시장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양계협회 등에 ‘담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양계 농가는 “정부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AI 발생 이후 정부가 살처분을 강행해 놓고 국내산 달걀 판매처까지 수입 달걀에 내주라고 한다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산란계 지원 정책으로 달걀 공급량을 늘려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협도 하나로마트에서 수입 달걀을 판매하는 게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수입 달걀을 도입해 단기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되 중장기적으로는 산란계 지원을 확대하는 공급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류경선 전북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살처분으로 산란계가 줄어든 상황에서 수입 달걀 판로 확대는 일시적 처방”이라며 “공급 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산란계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