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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 기울이던 韓-브라질 배구 절친, 오늘밤 적이 된다

입력 | 2021-08-06 03:00:00

[도쿄올림픽]김연경-페레이라, 준결승 맞대결



터키 리그에서 뛸 때 함께 터키 이스탄불의 한식당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로 친한 사이인 김연경(뒤)과 브라질의 나탈리아 페레이라. 사진 출처 나탈리아 페레이라 인스타그램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넘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 배구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펼친다. 과거 세 차례 올림픽 준결승(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첫 올림픽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 유일하게 전승(6승) 행진 중인 최강이다. 세계 랭킹 11위 한국은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는 등 세계 2위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18승 45패로 열세다. 2019년 9월 월드컵에서 3-1로 이긴 뒤 최근 2연패다.

사진 출처 나탈리아 페레이라 인스타그램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 경기에서 다시 만난 각별한 ‘절친’도 있다. 양 팀의 주장인 한국 김연경(33)과 브라질 나탈리아 페레이라(32)다. 과거 터키 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차례 김연경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페레이라는 김연경이 인정하는 절친이다. 2018∼2019시즌 에즈자즈바시으 이적 뒤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연경은 이듬해 페레이라가 이적해 오면서 팀에 완전히 뿌리내리기도 했다. 앞서 김연경은 자신이 감독이 돼 ‘월드 베스트 7’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레프트 자리에 중국의 주팅(27)과 페레이라를 뽑기도 했다. “파워풀한 공격력에 리더십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나띠’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지난달 두 팀의 조별 예선 맞대결 뒤 두 선수의 우정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터키 리그에서 뛸 당시 한식을 먹으며 건배를 하는 등 함께 타지 생활의 힘겨움을 달랬던 두 선수는 지금도 채팅이나 전화 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페레이라는 “김연경은 배구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나에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출처=FIVB 홈페이지

사진 출처 나탈리아 페레이라 인스타그램

4강 진출 팀 선수 중 득점 2위(115점), 디그 4위(세트당 평균 2.63개)로 공수에서 맹활약 중인 김연경과 달리 페레이라는 이번 대회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주장으로서 팀의 무게 중심을 잡는 건 똑같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만큼 승부처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2018∼2019시즌 브라질 미나스에서 뛰었던 페레이라는 당시 팀을 이끌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을 김연경에게 한국팀 사령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 밖에 브라질 주전 레프트 가브리엘라 기마랑이스(27), 센터 카로우 가타스(40) 등과도 미나스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4일 터키와의 8강전 승리 뒤 쏟아지는 축하 연락을 받은 김연경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기적 같은 4강 진출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 여자 배구 대표팀에 기존 포상금 외에 추가로 1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애초 연맹은 금메달 5억 원, 은메달 3억 원, 동메달 2억 원, 4위 1억 원의 포상금 지급 계획을 세웠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