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단식 뿐 아니라 혼합 복식·여자 단체전 모두 메달 사냥 실패 마지막 보루였던 남자 단체전에서도 일본에 져 메달 좌절
잔인한 여름이다. 한국 탁구가 2020 도쿄올림픽을 빈손으로 마쳤다.
이상수(31·삼성생명), 정영식(29), 장우진(26·이상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뤄진 남자 탁구 대표팀은 6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3·4위 결정전에서 하리모토 도모카즈, 미즈타니 준, 니와 고키로 꾸려진 일본에 게임스코어 1-3으로 졌다.
복식 세계랭킹 1위인 이상수-정영식이 미즈타니-니와 조에 1-3(9-11 11-8 13-15 5-11)으로 지면서 기선을 제압당한 한국은 장우진이 2단식에서 하리모토에 패배한 뒤 장영식이 니와와 대결한 3단식을 잡았지만, 4단식을 내주면서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다.
한국은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매 대회 메달을 땄다.
안방에서의 첫 대회는 축제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엄두도 내기 어렵지만 당시 한국 탁구는 남자 단식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유남규가 금메달을, 김기택이 은메달을 땄다. 현정화와 양영자는 여자 복식에서 자오즈민이 속한 중국 조를 격파하고 정상을 밟았다.
중국세가 탁구계를 지배하던 1990년대 중후반에도 메달 명맥을 이어갔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김택수와 현정화가 남녀 단식 동메달로 체면을 세웠고,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남녀 복식 동메달을 수확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유승민이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유승민은 그 전까지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당대 최강자인 중국의 왕하오를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경아도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단체전 메달로 명맥을 유지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남녀 단체전에서 모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대표팀이 단체전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런던올림픽까지 24년 간 빠짐없이 메달을 획득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이 유이했지만, 한국은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남녀 단식과 단체전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다.
남자 단식에 나선 장우진과 정영식은 각각 16강, 8강에서 탈락했고, 여자 단식의 신유빈(17·대한항공)은 32강에서, 전지희(29·포스코 에너지)는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메달이 기대됐던 혼합 복식과 여자 단체전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혼합 복식에 출전한 이상수-전지희 조는 8강에서 짐을 쌌고, 여자 단체전도 8강을 통과하지 못했다.
마지막 희망은 남자 단체전이었다. 남자 대표팀은 준결승에 진출해 메달 기회를 잡았다.
남자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만리장성’에 막혀 3·4위전으로 밀렸다.
팀 세계랭킹 4위인 한국은 이번 대결 이전까지 3위 일본과의 단체전 상대 전적에서 11승 4패로 우위였다.
그러나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처음 성사된 한일전에서 패배해 역시 메달 획득이 좌절됐다. 한국 탁구의 2회 연속 노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