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듀랜트
세계 최강 미국 남자 농구가 1대1 개인기에 의존한 느슨한 공격 대신 상대 수비 대형이 갖춰지기 전에 속도감을 살린 빠른 공격으로 프랑스에 두 번 연속으로 당한 빚을 되갚으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미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7일 일본 도쿄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87-82로 꺾고 올림픽 4연패를 달성했다.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 제임스 하든(브루클린),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등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슈터스타들이 출전을 고사한데다 올림픽 직전에도 일부 엔트리가 바뀌면서 불안감이 컸다. 대표팀이 소집된 후 호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패하고 도쿄올림픽 본선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76-83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금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었다. 그러나 ‘캡틴’ 케빈 듀랜트(브루클린)의 득점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체코, 스페인, 호주 등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껄끄러운 상대 프랑스마저 잡아냈다. 2019년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8강에 이어 본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프랑스에 패했던 미국은 자칫 ‘천적’이 될 악연을 끊어냈다.
하지만 미국은 프랑스 공격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3초 내에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 공격을 펼치며 흐름을 가져왔다. 프랑스 선수들이 백코트가 완전히 되기 전 좌우 코너 등을 공략해 슛 기회를 잡으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공을 돌리다 주로 1대1 공략을 고집했던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30-24에서 듀랜트가 뱀 아데바요(마이애미)와 백 도어(Back Door·공을 갖지 않은 선수가 역스텝으로 수비를 따돌리고 골대를 향해 들어가면서 패스를 받아 득점을 올리는 전술) 플레이로 덩크슛을 꽂고 상대 반칙으로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면서 미국은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수비까지 살아난 미국에 프랑스는 전반 범실을 10개나 범하면서 리듬을 잃었다.
3쿼터에서도 미국은 듀랜트와 잭 라빈(시카고)이 ‘얼리 오펜스’를 이끌며 10점 이상으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4쿼터 프랑스가 3점포로 70-73까지 추격했지만 미국은 상대 패스 미스에 이은 속공으로 달아났다. 프랑스는 막판 전면 강압 수비로 점수 차이를 줄였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듀랜트는 3점슛 3개 포함 29득점을 올리면서도 수비에서도 상대 센터 고베르를 막는 등 궂은 일을 하며 슈퍼스타다운 활약을 펼쳤다. 센터진이 약한 미국은 고베르를 막을 때 의도적으로 미스 매치를 유도하고 듀랜트가 1대 1로 막는 상황이 나오게 했다. 듀랜트는 파울 3개를 했지만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며 고베르에게 부담을 줬다. 지난 시즌 NBA에서 자유투 성공률이 74.1%였던 고베르는 자유투 13개를 얻어냈지만 감이 흔들리며 6개만 성공시켰다.
미국을 이겨 2024년 파리 올림픽이 다가옴을 알리려했던 프랑스는 리바운드에서 41-34로 앞섰지만 예상 못한 미국의 속도전에 말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고베르가 16득점 8리바운드를 올렸고, 중간 중간 218cm의 폴 무스타파(올림피아코스)를 고베르와 더블 포스트로 가동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에 나선 고베르와 포니에는 고개를 숙이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고베르는 듀랜트에게 당한 충격이 컸는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4쿼터 종료 후 벤치에서 눈물까지 쏟았다. 둘은 포지션이 다른데다 듀랜트의 부상 등으로 NBA 경기에서 잘 매치업이 되지 않았는데 도쿄올림픽 결승전을 기점으로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