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전기차 스타트업… 현대차 출신 이진우가 자율주행 기술 총괄
6월 미국 뉴욕에 문 연 루시드 모터스의 쇼룸 루시드 스튜디오. [사진 제공 · 루시드 모터스, 강지남]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이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 세상 주식’으로 등극한 테슬라는 이제 GM(제너럴 모터스), 포드와 함께 미국의 ‘새로운 빅3’ 자동차 제조사로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16%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는 40% 증가했다. 테슬라가 불 지핀 전기차로 전환은 이제 대세다. 세계 상위 20개 자동차 제조사 중 18개사가 전기차 생산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EA는 2030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12%가 전기차일 것으로 전망한다.
‘제2 테슬라’에 도전하는 전기차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테슬라 효과 중 하나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기차 스타트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으로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 창업자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수소전기차 제조사 니콜라(Nikola)가 대표적 예다.
포스트 럭셔리 전략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 모델 세단 ‘루시드 에어’. [사진 제공 · 루시드 모터스]
루시드에는 테슬라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롤린슨을 포함해 주요 임원 20명 중 8명이 테슬라에서 건너왔다. 이 밖에도 부사장으로 포드 출신 마이클 스머츠(재무 담당), 아우디 출신 데렉 젠킨스(디자인 담당), 애플 출신 마이클 벨(디지털 담당) 등 일등기업 출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 출신 이진우(영어명 유진 리) 박사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담당 시니어 디렉터로 루시드의 자율주행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아직 단 한 대의 차도 도로에 올려놓지 못한 루시드지만, 포지셔닝 전략은 야심만만하게도 ‘포스트 럭셔리’다. 아우디, 벤츠, BMW 등 기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와 같은 선에 자사를 배치하고,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녹여낸 새로운 럭셔리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테슬라에 대해서는 “혁신적이지만 럭셔리하진 않다”고 못 박는다.
첫 양산 모델은 세단 ‘루시드 에어(Lucid Air)’다.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517마일(약 832㎞)이고 최고 속력은 168mph(약 270㎞/h)로 테슬라의 모델S(각각 412마일, 155mph)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루시드 측 주장이다. 킬로와트(kW)당 4.5마일 이상 배터리 효율성을 갖췄으며(모델S는 4마일 이상), 직류(DC) 고속 충전 네트워크에서 분당 최대 20마일 속도로 충전할 수 있는, 가장 빠르게 충전되는 전기차라고도 한다. 가격은 최저 사양 모델이 7만7400달러(약 8900만 원), 최고 사양 모델이 13만9000달러(1억6000만 원)에서 시작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카사그랜드에 자리한 루시드 모터스 제조 공장. [사진 제공 · 루시드 모터스]
제휴 네트워크 충전 통할까
니콜라와 달리 루시드는 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롱런할 수 있을까. 경쟁 구도가 만만치 않고, 충전 편의성 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우선 ‘테슬라 지망생’은 루시드 외에도 많다. 아마존이 7억 달러(약 8000억 원)를 투자하고 10만 대를 구매하기로 한 리비안(Rivian)은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지난해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피스커(Fisker)는 프리미엄 중형 SUV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논란의 니콜라도 수소전기 세미트럭 사업에 매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볼보, 현대자동차 등 기존 강자도 전기차 모델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감안해도 6만 달러(약 6800만 원)가 훌쩍 넘지만 소비자 평가가 전무한 신생 전기차에 과연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출시 이후 기술 및 서비스에서 강점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슈퍼차저’라는 고속 충전 네트워크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테슬라 돌풍’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루시드는 직접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신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 같은 전기차 충전 전문회사와 제휴하기로 했다. “충전 네트워크 대신 전기차 자체의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후발 주자가 갖는 장점”이라는 게 루시드 측 주장이다.
루시드는 이번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장 확장 및 차세대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3년까지 설비 투자에 3억50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집행하고, 2023년 하반기 두 번째 모델로 프리미엄급 SUV ‘루시드 그래비티(Lucid Gravity)’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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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0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