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왜 나만 보면 웃으셨을까. 나는 그 수수께끼가 좋다. 그 무서운 할아버지도 나를 좋아했는데 누가 나를 싫어할까 싶은 이 세상에 대한 나의 친밀감과 믿음이 그 수수께끼의 해답이기 때문이다.” -박완서 ‘노란집’ 중
마흔 살, 애 있는 남자와 재혼해 여덟 살 사내아이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 이 문장은 내게 삶의 지표이자 매일 기억하고 실천할 경전이었다. “아이를 볼 때마다 웃자.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함박웃음을 짓자. 그래서 세상에 대해 친밀감과 믿음을 갖게 하자.”
아들의 등하교 때마다 문가에서 활짝 웃으며 배웅하고 맞았다. 아이가 제 방에서 나올 때나 나를 찾을 때도 ‘너를 마주보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고 전하기 위해 얼굴 가득 웃음을 담았다. 결혼 전엔 주위는 물론 나 역시 남이 낳은 아이를 기르는 게 힘들까봐 걱정했지만 막상 한 집에서 살게 되자 아이가 예쁘고 가여워 그저 잘해주고만 싶었다.
그런 간절함을 품고 키운 내 아들은 지금 스물다섯 살이다. 세상의 편견과 달리 새엄마가 됐다는 건 인생의 큰 축복이자 성취였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아들과 마주칠 때 세상 가장 환한 웃음이 저절로 지어진다.
오진영 번역가·‘새엄마 육아일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