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전 코로나19 중수본 방역총괄반장
윤태호 전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분들이 ‘차라리 가게 문을 열고 일하다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게 낫다’고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처음에는 상당히 협조를 잘했는데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지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윤태호 교수 제공
이진구 기자
《감염병 방역은 정말 어렵다. 병만 생각하면 강하게 통제하고 싶지만 자영업자 등 직격탄을 맞는 이들을 생각하면 그러기도 어렵다. 죄면 생활고로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풀면 확진자가 늘어난다. 그래서 완급을 조절하면 이제는 오락가락 행정이라고 한다. 윤태호 전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4일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부터 방역총괄반장을 맡은 그는 올 6월 말 퇴임해 학교로 돌아갔다.》
―고생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부 방역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처음부터 가장 큰 고민이 방역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였다. 질병관리청이 중심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복지부가 중심인 중수본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엄청나게 논의하고 결정했는데… 질병청은 방역 강화 입장이 강하고, 중수본은 여러 부처에서 올라오는 의견과 항의를 종합해 조정하다보니 솔직히 균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항의가 많은 곳이 어디인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의견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공연, 영화, 스포츠는 물론이고 종교도 문체부 관할이니까. 왜 예배를 못 보게 하느냐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너무 큰데….
―풀었다 놨다 하는 방역 대응이 혼선만 일으킨 건 아닌가.
“그런 지적도 있는데… 방역 피로감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방역수칙만 계속 요구하면 오히려 더 큰 저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외국에서 벌어진 마스크 착용 거부 시위가 그렇다. 그러면 방역 수칙을 어긴 데 대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는 대규모 감염병이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처벌을 너무 강조하면 ‘에라, 난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데 감염병이란 게 따라오는 사람만 데리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조금 완화하면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질타하지만 모두가 함께 가려면 강하게만 하기는 어렵다.”
―7월 1일부터 완화된 새 거리 두기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하루 전날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뭔가.
“알려진 대로 몇 달 전부터 7월 1일부터 완화된 새 거리 두기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6월 말쯤 확진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동안의 거리 두기는 전국이 다 똑같았던 게 아니다. 전남처럼 인원제한이 없는 곳도 있고, 경북처럼 완화된 새 거리 두기를 미리 시범 적용한 곳도 있었다. 지역별로 상황이 다르니까. 그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이미 공표한 대로 새 거리 두기를 적용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조금 중간 단계를 둬서 연착륙을 하는 게 나을지 각 시도의 의견을 취합 중이었다. 그게 다 모인 게 6월 29, 30일 쯤이다. 서울은 원래는 완화된 새 거리 두기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 무렵 환자가 많이 발생하자 부담스러운지 기존 거리 두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이 그러니 같은 생활권인 수도권 지자체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거고.” (정부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려 했는데 지자체들이 반발한 것처럼 보였는데.) “그렇게 보인 면이 있는데… 거리 두기는 사회적인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따라오라고 할 수 없다. 매일 하는 온라인 회의에 기초자치단체까지 300여 곳이 넘게 참여하는데….”
―정은경 질병청장에게 실권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다.
“아마 방대본 위에 중수본, 그 위에 중대본 이런 조직들이 있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데… 방역은 질병청이 중심이 된 방대본이 책임지고 하지만 질병청 힘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병상 확보 같은 문제는 질병청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지부가 중심이 된 중수본이 지원을 한다. 코로나처럼 대규모 감염병은 복지부 차원을 넘는 범부처 일도 많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중대본에서 지원해주는 거고. 수직관계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수평적인 관계다.” (당신 위치에서야 당연히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닌가.) “중대본에서 결정한 사안도 시작은 질병청이 만든 안을 각 부처 의견을 들은 뒤 조정해 결정하는 것이다. 내 기억에는 질병청이 반대했는데 중수본, 중대본이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끌고 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중요 방역 대책은 방대본이 초안을 만들면 중수본이 각 부처 의견을 취합해 조정한 뒤 중대본에서 결정한다. 그의 역할 중 가장 큰 부분이 중수본에 취합된 의견을 질병청과 조정하는 것이다.
―백신 도입은 왜 늦어진 건가.
―거리 두기를 그토록 강조하는데 왜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내 집단 감염은 아직 없나.
“지하철이 대표적인 3밀(밀폐, 밀접, 밀집) 공간이기는 한데… 지하철 역사 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걸린 경우는 있지만 객차 내에서 감염이 확산됐다는 사례는 나도 아직은 보지 못했다. 역학 조사가 세밀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지하철 안에서는 대부분 말을 안 하고 조용히 있으니까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적어서가 아닌가 싶다. 같은 3밀 공간도 장소에 따라 특성이 좀 다른데, 말을 하는 등 행위가 결합되지 않으면 단순히 (3밀)공간 안에 있다고 감염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버스도 사람은 많지만 그리 말을 많이 하는 공간은 아니니까….”
―내년 대선이 취약한 공공병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는데….
“대학병원도 있지만 공공병원이라고 하면 주로 지방 의료원, 적십자병원 등을 말하는데, 공공병원의 책무 중 하나가 감염병 대응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에 지방 의료원들이 기존 입원 환자들을 다 퇴원시키면서 코로나 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했는데 사실 시설과 인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그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모든 건물이 하나의 공조시설로 돼 있어 코로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일반 환자를 다 내보낼 수밖에 없는 곳도 있었으니까. 사스(SARS),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을 겪으며 감염병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동안 이런 쪽으로는 투자가 없었던 거다. 코로나19보다 더 독한 대규모 감염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지 않나. 지금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대선이 대규모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 시스템을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게 국가 지도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브리핑 중인 윤태호 전 방역총괄반장.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