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 투병
曺 대학 재학중 伊 유학 권하고 부친 떠날 때도 “해외공연 집중”
曺 “어린시절엔 피아노 강훈 원망…커서야 알아, 지금의 날 만드신 분”
올 5월 ‘나의 어머니’ 공연 열기도…소속사 “曺, 코로나로 입국 어려워”

조수미 씨(오른쪽)가 요양병원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이던 어머니 김말순 씨를 찾아가 옛날 기억을 일깨워주고 있다. 정확한 시기는 미상.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하루 여덟 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하라며 문을 걸어 잠그셔서 원망도 많이 했죠. 나중에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신 분은 바로 어머니라는 걸요.” (조수미, 2019년 음반 ‘마더’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를 키워낸 어머니 김말순 여사가 8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10여 년 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뒤 병원에서 생활해 왔다. 조 씨는 2019년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담은 앨범 ‘마더(Mother)’를 냈고 올해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리사이틀 ‘나의 어머니’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기도 했다.
2004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씨는 “어린 시절 동네 어른들이 ‘쟤는 뭘 두드려야 오래 산다’고 얘기해서 부모님이 어려운 살림 가운데서도 피아노를 시키셨다”고 회상했다. 어머니 김 씨도 젊은 시절 성악가가 꿈이었기에 조 씨가 성악에 재능을 보인 순간 장래가 결정됐다. 조 씨는 “어머니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좋아했다. 나는 뭐든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지만 그중에서도 성악은 어머니와 나에게 특별했다”고 말했다.

2019년 조 씨가 요양병원에서 어머니에게 새 앨범 ‘마더’를 보여주는 모습. 조수미 씨 페이스북
조 씨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SMI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조 씨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에도 ‘음악과 관계된 기억이 가장 오래 간다’는 학설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위해 전화로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고 전했다. SMI엔터테인먼트 측은 “조 씨가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가 격리 문제로 한국에 들어와 상을 치를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조수미 외 조영준(SMI엔터테인먼트 대표), 영구 씨(사업)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유족 측은 조문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