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사는 법] 세계여행 중 인도 등서 5개월 봉사 김현영-홍석남 결혼과 함께 퇴사해 떠난 세계여행 경험삼아 2주간 봉사 계획했다가 빈민촌 아이들 돕는 보람에 ‘흠뻑’ SNS 후원금 모으고 한글도 가르쳐 “아픈 조카 생각하며 선한 영향력”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김현영 홍석남 씨 부부. 두 사람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돕기 위해 직접 모은 후원금으로 건물을 지었다. 김현영 씨 제공
예비부부가 신혼 여행지를 고른다. 뜨거운 태양 아래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골목 구석구석 예쁜 카페가 즐비한 프랑스 파리? 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동남아 풀빌라?
결혼 전 김 씨는 방송국 여행 리포터로, 홍 씨는 종합상사 직원으로 일했다. 특별한(?) 신혼여행을 위해 2019년 3월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두 사람은 1년의 여정을 거쳐 지난해 3월 귀국했다. “5개월간 봉사하고 7개월은 배낭여행을 했지만 우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른 이들을 도운 경험이네요.”
그때 김 씨에게 한 통의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조카가 아프다는 소식에 며칠을 울었다. 지금 한국에 돌아가도 조카에게 당장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귀국해 조카를 돌볼 수 없다면 다른 공간에서 아이들을 도우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자고 다짐했다.
부부는 그해 7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보육원으로 향했다. 상황은 인도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건물에서 50여 명의 아이들이 시멘트 바닥에 앉아 공부했다. 부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꿈을 주자”는 호소에 친구들은 물론이고 지인의 소개를 받은 이들까지 힘을 보탰다. 그렇게 모은 700만 원으로 식량을 사고 화장실을 새로 지었다. 아이들에게 태권도와 한글도 가르쳤다. 김 씨는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3개월간 탄자니아의 아이들을 내 조카라고 생각하면서 진심으로 아껴 주고 사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올 2월에도 2주간 페루에서 50여 명의 빈민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내일도 올 거죠?”라고 묻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여행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자 김 씨는 차분히 답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현실에 놓인 아이들과 지내면서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됐죠. 고생하면서 부부끼리 동지애가 생긴 건 물론이고요. 제가 살면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뿌듯하고 보람찬 일입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