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도권 싸움 격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당내 세력 확장에 나서면서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빨라지는 한편 대선 주도권 싸움을 둘러싼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주말 사이 “윤 전 총장 측 인사가 당 행사엔 참여하지 말자고 종용했다” “친윤(친윤석열) 인사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라는 압박을 한다” 등의 폭로성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각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집중 비판하고 나서는 등 야당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 “‘윤석열 캠프 합류하라’ 의원들 협박”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서 “요즘 매일 실언을 연발하며 어쭙잖은 줄 세우기에만 열중하는 훈련되지 않은 돌고래를 본다”고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홍 의원은 또 “돌고래 진영에 합류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떼 지어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조속히 합류하라고 협박성 권유를 한다고 한다”며 “꼭 하는 짓들이 레밍과 유사하다. 본인들이 레밍이기 때문에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레밍은 우두머리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 때문에 호수나 바다에 빠져 죽을 때가 많은 설치류다. 홍 의원의 발언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거나 다른 의원들의 합류를 압박하며 세를 불려가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한 초선 의원은 “윤 전 총장 측 다선 의원이 매일같이 부르거나 전화로 ‘뭘 꾸물거리느냐’고 압박해 곤혹스럽다”고도 했다.
윤석열 캠프는 8일도 이종배(정책총괄본부장), 정점식(공정과상식위원장), 윤창현(경제정책본부장), 정찬민(국민소통위원장), 한무경(산업정책본부장) 등 현역 의원 5명을 영입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윤 전 총장이 “(2017년 특검 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려 했다”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도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보니 정치인아 다 됐다는 느낌을 받기는 한다”고 했고, 김태호 의원도 “윤석열 후보의 언급은 스스로를 부정할 뿐 아니라 비겁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 尹, 당 행사 불참 두고 논란 확산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한 중진 의원이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 다른 대선 후보 측에 “당 행사에 참석하지 말자”고 보이콧을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6일 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른 캠프에까지 당 일정 보이콧을 요구했으면 이건 갈수록 태산”이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원 전 지사는 8일 기자들과 만나 ‘보이콧 동참 요구’를 실제로 받았는지에 대해 “경선이 시작도 제대로 안 됐고, ‘원팀’ 정신을 만들어가는 마당에 그게 뭐 중요한 문제겠냐”라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특히 원 전 지사는 “겸손과 배려와 화합의 정신 없이 오만과 무례와 분열로 간다면 정권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 대표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측의 보이콧 제안은) 사실로 확인했다. (윤 전 총장이) 당 행사를 불참하고 한 게 ‘후쿠시마 발언’”이라며 “윤 전 총장 측에선 전혀 설명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4일 언론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해 논란이 벌어졌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관련 대응은 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