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현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요즘 세계 강대국들의 공통점은 얼핏 에너지 전환 슬로건을 내세우며 마치 당장 재생에너지로의 파격적이고 완전한 에너지 전환을 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에너지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이행하는 데 재생에너지 사용을 주저하며 여전히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대한 완전한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대결의 핵심 또한 해상 석유 수송로의 안전성 확보에서 기인하는 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이 두 개의 국가 전략은 에너지 문제, 특히 기존의 전통적인 에너지, 석유와 가스의 수송문제가 군사문제와 밀접하게 연계되면서 양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을 우리는 거의 매일 미디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석유와 가스가 이동되는 글로벌 에너지 초크 포인트, 즉 말라카해협, 호르무즈 해협, 파나마 운하, 메콩강 유역의 관리와 선점의 중요성 문제가 국제안보의 전면에 핵심적 이슈로 부상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에너지 전환 정책은 보편적으로 각 나라의 탄소세 입안문제, 각종 에너지 규제 정책이 그 안에 내재돼 있기 때문에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특히 국내 정치용으로 크게 어필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국의 에너지 대외 정책에서의 핵심은 여전히 석유 가스의 수요공급 안정성 확보에 맞춰져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전통적 에너지원인 석유가스 수출입 시장 확보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으며 심지어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해서도 여전히 적극적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를 전폭 지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러시아, 호주 또한 끊임없이 해외 석유 가스 시장 개발, 수출과 경쟁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더 주목할 점은 국내적으로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 정책을 표방하는 워싱턴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마저도 에너지 안보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셰일가스 수출이라는 목표에서 공화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전 세계 리더들은 일부 인구 저밀도 국가이면서 재생에너지 환경조건이 매우 뛰어나 에너지 전환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일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문제를 두고서 근본적으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