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올 후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10일 ‘사전연습’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개시와 함께 사실상 시작된다. 그러나 지난 1일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냈던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한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1일 담화 이후 북한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공식 반응을 보인 바 없다”며 노동당이나 군·내각 등 공식기구는 물론, 당국자 명의의 논평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발언을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훈련 취소한 사실을 소개했고, 북한 선전매체 통일신보는 8일자 기사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을 유발한다고 비난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달 1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이번 한미훈련을 겨냥,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 흐리게 할 수 있다”며 사실상 훈련 중단을 촉구하면서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요한 반전의 시기”란 지난달 27일 이뤄진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 복원을 뜻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작년 6월 우리 측 탈북민 단체들이 김 총비서를 비난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살포한 사실을 문제 삼아 남북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던 중 남북한은 올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4·27판문점선언’ 제3주년을 맞아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남북관계 개선 방안의 하나로 통신선 복구에 합의했다.
이에 우리 정부 안팎에선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었지만, 북한이 돌연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그에 따른 논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전반기 한미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3월16일에도 김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3년 전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김 부부장은 우리 당국자들을 겨냥해 “태생적 바보” “판별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라고 부르며 비난했고, 한미훈련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Δ대남 대화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와 Δ금강산 국제관광국 등 관련 기구 폐지 Δ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 등을 언급했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 주 한미훈련이 시작되면 이들 조치를 현실에 옮기거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같은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 관영매체들은 한미연합훈련보다는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수해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하며 내부 결속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 군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 등을 이유로 올 후반기 CCPT에 참가하는 병력 규모를 대폭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앞서 축소 실시됐던 작년 후반기 및 올 전반기 훈련 때보다도 이번 훈련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 또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