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환갑잔치에서 춤을 추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 뉴스1
8일 뉴욕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전날 매사추세츠주의 고급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 열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생일 파티에서 참석자들이 몰래 찍은 사진과 영상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들은 해당 인스타그램에서는 바로 삭제됐지만 이미 많은 영상과 사진이 인터넷에 퍼진 뒤였다.
이중 싱어송라이터 에리카 바두가 올린 영상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회색 무늬 셔츠와 흰색 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참석자들과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에 나온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9년 약 1200만 달러(약 137억 원)를 주고 구입한 이 섬의 호화 저택에서 열렸다. 약 11만7000㎡(3만5000평) 부지에 지어진 이 저택에는 7개의 침실과 8개의 화장실, 수영장 등의 시설이 구비돼 있다. 참석자를 대거 줄였다고 하지만 존 레전드 등 팝스타와 유명인들이 대거 이 파티에 참석했고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다고 한다.
냅킨과 마스크 등 행사 소품에는 44대 미국 대통령의 60번째 생일이라는 뜻인 ‘44×60’이 금박으로 새겨져 있었다. 화장실에는 땀 억제제, 진통제 등도 놓여 있었다. 베컴은 “대단했다. 오바마는 계속 춤을 췄다. 누구도 전에 오바마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파티로 인해 섬에는 교통체증이 발생했고 새벽 1시 정도에야 조용해졌다고 뉴욕포스트는 보도했다.
성대한 생일파티 영상이 공개되자 공화당 등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델타 변이 등의 유행으로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만 명을 돌파하는 와중에 방역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전직 대통령이 이런 행사를 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엘리스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은 뉴욕포스트에 “민주당은 백신과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하고 봉쇄를 논의하지만, 오바마는 전용기로 방문한 수백 명의 사람들과 마스크도 안 쓰고 백신 증명도 요구하지 않은 채 모임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