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90)이 9일 광주지법의 항소심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전 씨가 광주법정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하지만 전 씨는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재판 시작 30분 만에 퇴정했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9일 오후 2시경 201호 법정에서 조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의 세 번째 항소심 재판을 시작했다. 1심 재판 때 3차례 법정에 나왔던 전 씨 측은 당초 항소심 재판에는 불출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자 출석하기로 했다.
이날 낮 12시43분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씨는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고 재판 직전 법정에 들어갔다.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부인 이순자 씨도 동행했다. 그는 재판장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몸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재판장의 신원 확인 절차에서도 전 씨는 “전두환”이라는 이름만 말하고, 생년월일과 주소, 본적 등은 이 씨의 도움을 받아 대답했다. 인정 신문이 끝난 뒤 전 씨는 꾸벅꾸벅 졸았다. 재판장이 잠시 후 “피고인은 지금 호흡이 곤란 하냐”고 묻자 이 씨가 대신 “식사를 못하고 가슴을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잠시 휴정을 한 뒤 다음 재판 날짜를 30일로 정하며 오후 2시29분경 재판을 끝냈다.
광주=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