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시된 AMD 라이젠 1세대 프로세서, 그리고 7세대 인텔 코어 i 시리즈는 노트북 및 데스크톱 저장 장치 업계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이다. 해당 프로세서들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데스크톱 및 노트북 저장 장치는 SATA 3 인터페이스 기반의 하드 디스크 혹은 2.5인치 SSD가 주류였다. 하드디스크는 가격 대비 용량이 크지만 속도가 20~40MB/s로 느린 게 단점이다. 반면 2.5인치 SSD는 속도가 최대 600MB/s로 하드디스크와 비교해 수십 배는 빨랐지만, 하드디스크용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차용해 제 성능을 완전히 내지 못하는 게 한계다.
키오시아(KIOXIA)의 NVMe SSD인 엑세리아(EXCERIA). 출처=IT동아
그래서 등장한 게 피시아이 익스프레스(PCIe)로 통신하는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비휘발성 기억장치 익스프레스)다. NVMe는 그래픽 카드가 CPU 간의 통신에 사용되는 PCIe 규격을 활용한 저장 장치로, 전송 속도는 SATA3의 6~15배에 달하는데, 크기는 1/10 수준에 불과하다. 하드 디스크와 비교하면 수십 배 가볍고, 수백 배 빠른 셈이다. 이를 처음으로 지원한 프로세서가 AMD 라이젠 1세대 프로세서와 7세대 인텔 코어 i 시리즈부터고, 그때부터 컴퓨터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높은 효율과 빠른 속도,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안정화를 거쳐 지금은 거의 모든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기본 저장 장치로 자리잡은 상태다.
NVMe SSD, 어떤 물건인가?
NVMe는 저장 장치의 내부 연산을 처리하는 컨트롤러,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인 낸드 플래시로 구성된 칩세트다. 규격과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순 있지만, 보통은 M.2 슬롯과 2230~22110 형태의 기판으로 제작된다. PCIe는 3.0 버전 혹은 최신 규격인 4.0 버전 제품으로 나뉘며, CPU에서 끌어오는 회선 수(Lane)에 따라 2배속 및 4배속으로 구성된다. 데스크톱 및 노트북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형태는 8cm 길이의 2280 기판에 PCIe 3.0/4.0 규격 4배속 제품이다.
키오시아는 일본 도시바 메모리에서 분사한 브랜드다. 출처=IT동아
2019년 10월, 도시바 메모리에서 분사해 새로운 브랜드로 시작한 키오시아(KIOXIA)의 NVMe SSD인 엑세리아(EXCERIA)를 통해 NVMe의 기본적인 성능과 구성을 살펴보자. 키오시아 엑세리아는 2017년 이후 출시된 데스크톱 및 노트북 대다수에 호환되는 2280 규격의 M.2 슬롯 NVMe SSD로, 250GB, 500GB, 1,000GB 제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최대 순차읽기 속도는 초당 1,700MB며, 쓰기 속도는 250GB 제품이 초당 1,200MB, 500GB 및 1,000GB 제품이 초당 1,600MB를 지원한다. 보통 PCIe 3.0 4배속 제품의 속도가 1,000~3,000MB/s 사이여서 키오시아 엑세리아의 속도는 평균 수준이라 보면 된다.
AMD 라이젠 9 5950X 시스템에 키오시아 엑세리아를 연결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는 테스트 사양에 따라 다르다. 출처=IT동아
PCIe 4.0 버전을 지원하는 AMD 라이젠(RYZEN) 9 5950X과 MSI MEG X570 갓라이크 메인보드를 조합해 키오시아 엑세리아의 성능을 시험해보았다. 테스트 펌웨어는 ECFA 12.9 버전을 활용했으며, 운영체제가 테스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다른 SSD에 운영체제 및 데이터를 설치했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벤치마크 결과. 출처=IT동아
테스트는 저장 장치의 성능을 균일한 기준으로 산출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8.0.4, AS SSD 벤치마크 2.0.7, 엔빌 스토리지 유틸리티(Anvill’s Storage Utilities) 1.1.0 버전을 활용했다. 해당 테스트에서 측정된 속도는 실제 전송 속도와 유사하며, 다른 장치로 동일 테스트를 진행해 속도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도 있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통해 키오시아 엑세리아가 획득한 점수는 순차 읽기 초당 1,706MB, 쓰기 초당 1,659MB로 나타났다. 제조사가 밝힌 엑세리아의 순차 읽기 속도가 초당 1,700MB, 쓰기 초당 1,6000MB인데, 실제 벤치마크상의 결과가 실제 스펙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앤빌 스토리지 유틸리티 테스트 결과. 출처=IT동아
앤빌 스토리지 유틸리티 테스트에서도 초당 1,560MB의 읽기 속도와, 초당 1,600MB의 가감 없는 쓰기 속도를 보여주었고, AS SSD 벤치마크에서도 순차 읽기 1,621MB, 쓰기 1,607MB의 속도를 나타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와 AS SSD의 4K 항목이다. 4K는 저장장치 포맷인 NTFS의 기본 저장 단위인 4K(4킬로바이트)를 의미하는 속도로, 이 속도가 빠를수록 게임 로딩이나 윈도 부팅, 파일 저장 속도 등의 체감 속도도 빨라진다. 앞서 순차 읽기 및 쓰기 속도가 제품이 낼 수 있는 ‘최대 성능’이라면, 4K 속도는 실사용 속도인 셈이다.
AS SSD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출처=IT동아
키오시아 엑세리아가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에서 획득한 4K 항목은 읽기 초당 51.46MB, 쓰기 초당 169.87MB이며, AS SSD에서의 속도는 4K 읽기 초당 62.36MB, 쓰기 초당 152.01MB로 나타났다. 해당 수준은 SATA3 규격 SSD와 비교하면 2~3배에 가까운 동작 속도며, 같은 PCIe 3.0 4배속 제품들과 비교해 5~10%정도는 높은 점수다. 데이터 처리를 위해 독립적으로 D램을 탑재한데 따른 영향으로 추측된다.
유틸리티를 활용한 제품 관리도 지원
키오시아 SSD와 함께 제공되는 SSD UTILIRY. 출처=IT동아
키오시아는 고성능 제품인 엑세리아 플러스 G2, 엑세리아 플러스를 비롯해 보급형 제품군인 엑세리아와 SATA3 기반 SSD인 엑세리아 SATA SSD까지 총 4개의 제품군으로 구성돼있다. 해당 제품군은 ‘SSD UTILITY’라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용량이나 수명, 업데이트, 유지 관리 등을 제공받는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SSD가 적합한 포트에 장착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장기적인 성능을 향상시키는 SSD 튜너, SSD를 부팅 디스크로 만드는 부터블 SSD 유틸리티 같은 도구도 활용할 수 있다.
가격대비 성능비보다는, 신뢰성에 초점
NVMe는 PCIe 규격으로 통신해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된다. 출처=IT동아
NVMe SSD가 데스크톱 및 노트북의 주력 저장 장치로 주목받으면서, 제품 업그레이드나 성능 확보를 목적으로 NVMe를 구매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SSD의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는 매우 다양하며, 같은 제품도 동작 조건에 따라 성능이 제각각이다. 소비자가 실제 성능을 확인하고 구매하기 어려운 만큼 브랜드를 믿고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키오시아 엑세리아는 상당히 신뢰성 있는 결과를 보여줬다. 순차 읽기 및 쓰기 성능은 스펙상 정보와 흡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었고, 실사용 성능에 가까운 4K 속도도 동급의 제품들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노트북의 주력 저장 장치로 활용한다면 꾸준히 높은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다.
가격은 250GB가 5만 6천 원대, 500GB가 7만 3천 원대, 1TB가 14만 원대로 PCIe 3.0x4 NVMe 중에서는 조금 비싸다. 하지만 키오시아 엑세리아는 컴퓨터의 D램을 끌어다 쓰는 HMB 타입의 메모리가 아닌, 자체적으로 D램을 탑재한 제품이어서 입출력 성능이 D램 미탑재 재품보다 안정적이다. D램 탑재로 안정적이면서, 무난한 가격대의 PCIe 3.0x4 NVMe를 고려하고 있다면, 키오시아 엑세리아를 눈여겨 보자.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