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대출금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소기업 1244개 중 50.9%가 이런 ‘취약기업’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운 자금 사정을 고려해 정부가 2차례 대출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유예해 줬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다.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 기업들이 인건비 등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늘리면서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사상 최고인 541조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정부 여당에선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이후 원리금 상환을 다시 미뤄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상환유예를 반복하는 건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 기간을 더 연장해주더라도 부실이 터질 때에 대비해 위험을 선제적으로 줄이고, 지원역량을 집중해 효율성을 높이려면 기업의 경쟁력과 부실 정도에 따라 선별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금융 부담뿐 아니라 정부가 강행한 노동정책 탓에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부터 5∼49인 기업에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뒤 기업들은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연장 근로시간 감소로 수입이 줄어든 숙련공들이 “배달기사 봉급이 낫다”며 줄줄이 퇴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시행을 늦춰 달라는 기업들의 호소를 정부가 무시한 탓이다. 내년엔 최저임금이 5.1% 더 오를 예정이고, 한국은행은 연내 금리인상을 공언하고 있어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기업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