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강화에 단체헌혈 줄어 하루 평균 혈액보유량 3.6일분 3차 유행때 3.9일분보다 낮아 최근 한달간 ‘위기’ 단계 지속돼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대학로센터가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거리 두기 격상 등의 영향으로 헌혈자가 줄면서 국내 혈액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급하게 수혈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있는데 혈액이 없다는 연락이 요즘 부쩍 많이 와요. 이런 긴급 요청이 ‘4차 유행’ 전보다 2, 3배 늘었습니다. 헌혈은 응급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니 다들 내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도와주셨으면 해요.”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대학로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 씨는 요즘 혈액이 부족한 상황을 피부로 느낀다. A 씨는 “수도권에서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된 이후 대학로센터를 찾는 개인 헌혈자가 20% 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의 여파로 혈액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거리 두기 격상에 따라 유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헌혈자도 함께 감소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유행 규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당분간 혈액 수급 문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위기’에 빠진 혈액 수급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하루 평균 혈액 보유량이 4.8일분으로 지금보다 1.2일분 더 많았다. 코로나19 3차 유행(지난해 11월 13일∼올해 1월 20일) 때와 비교해도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당시 일평균 혈액 보유량은 현재보다 소폭 많은 3.9일분이었다.
○ 단체 헌혈 취소에 해결 기미 없어
헌혈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체 헌혈 취소가 꼽힌다. 방역 상향에 따라 학교나 군부대, 공공기관 등에서 하던 단체 헌혈이 크게 줄었다. 수도권에 4단계 거리 두기가 시행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단체 헌혈 취소 건수는 총 181건. 지난해 같은 기간 취소 건수(13건)보다 14배나 많다.
여기에 폭염 등의 영향으로 여름에 헌혈을 꺼리는 이들이 많은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침상 백신 접종 후 일주일 동안은 헌혈을 할 수 없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거리 두기 단계가 연장되는 만큼 혈액 수급 문제가 당장 해결될 가능성도 낮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당분간 일일 혈액 보유량이 3일분 수준으로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