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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법정 온 전두환 꾸벅꾸벅… 건강이유 30분만에 끝나

입력 | 2021-08-10 03:00:00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첫 출석
이름 말한뒤 졸다가 호흡곤란 호소
재판장, 휴정한 뒤 “30일 재개”



경호인력 부축 받고 출석… 시민들 “사죄하라”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시민들은 광주지법 앞에서 전 씨를 비판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사죄를 촉구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90)이 9일 광주지법의 항소심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전 씨가 광주법정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하지만 전 씨의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재판은 30분 만에 끝났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9일 오후 2시경 201호 법정에서 조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의 세 번째 항소심 재판을 시작했다. 1심 재판 때 세 차례 법정에 나왔던 전 씨 측은 당초 항소심 재판에는 불출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자 출석하기로 했다.

이날 낮 12시 43분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씨는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고 재판 직전 법정에 들어갔다.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부인 이순자 씨도 동행했다. 그는 재판장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몸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재판장의 신원 확인 절차에서도 전 씨는 “전두환”이라는 이름만 말하고 생년월일과 주소, 본적 등은 이 씨의 도움을 받아 대답했다. 인정신문이 끝난 뒤 전 씨는 꾸벅꾸벅 졸았다. 이날 오전 서울 연희동 자택을 출발하면서 사람들에게 손을 한번 흔들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일부 방청객은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잠시 후 “피고인은 지금 호흡이 곤란하냐”고 묻자 이 씨가 대신 “식사를 못 하고 가슴이 답답해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잠시 휴정을 한 뒤 다음 재판 날짜를 30일로 정하며 오후 2시 29분경 재판을 끝냈다. 전 씨는 향후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허가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씨 측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 지휘관과 헬기 조종사 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5·18 헬기 사격 탄흔이 남은 광주 전일빌딩 재검증을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1심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입증된 만큼 다시 다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헬기 조종사 4명과 전 씨의 회고록 집필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