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삼성전자, 신속한 의사결정 기대”, 美 반도체-배터리 공장 건설 등 글로벌 투자 사업 본격화할 듯… 상의 “경영활동 규제 유연하게 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9일 확정되면서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라는 악재를 털어내고 대규모 투자 결정과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국가적 경제 상황, 글로벌 경제 환경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 만큼 이 부회장이 이른 시간 안에 본격적인 경영 활동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시스템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전략을 찾기 위한 국내외 현장 경영 활동도 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경영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바이오 등 국가적 미래성장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의사 결정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규모 M&A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사업 영역, 규모의 제한 없는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왔지만 최고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이렇다 할 투자 및 M&A 발표를 못 하고 있다. 삼성SDI의 첫 번째 미국 배터리 생산 공장 결정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재계에선 “백신 확보 등 여러 현안에서 ‘실마리’ 역할을 했던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계 등에서 줄곧 요구했던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해외 출장 시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취업제한이 뒤따를 가능성이 생긴 점은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5억 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우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이면서 보수도 받지 않고 있고, 신규 취업이 아니기 때문에 취업 제한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장관은 취업 제한 관련 질문에 “아직 생각해본 바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며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글로벌 생산 현장 방문 등 경영 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 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