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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코로나 직격탄…상반기 수주액, 최근 10년새 두 번째로 적어

입력 | 2021-08-10 11:48:00

뉴스1


해외건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상반기 수주액이 147억 달러로, 최근 10년 새 최저 수준을 보였던 2019년(119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저유가로 국내 건설사의 ‘텃밭’인 중동시장의 공사발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게 주 원인이다. 국내업체들의 해외공사 수주가 석유화학플랜트에 집중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수그러들듯 했던 코로나19가 세계적인 델타변이 확산으로 또다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3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상반기 수주액, 2019년 이어 최저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주액은 147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61억 달러)의 91% 수준에 머물렀다. 기간을 늘려 10일(오늘)까지 보면 감소 폭은 더 커졌다. 올해 수주액은 155억 달러로 작년(174억 달러)의 89%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간 수주액이 716억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2010년 이후 해외건설 수주액은 호황기(2010~2014년)에 연평균 6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기간 상반기 수주액도 2011년(252억 달러)를 빼곤 모두 300억 달러대를 유지했다.


이후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해외건설시장이 위축되면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수주액은 300억 달러 미만 수준으로 떨어졌다. 덩달아 상반기 수주액도 2015년(255억 달러)를 제외하곤 모두 100억 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특히 2019년은 상반기 119억 달러, 연간 223억 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2006년(165억 달러)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은 것이고, 해외건설 수주액이 100억 달러를 돌파한 2005년(109억 달러)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 중동지역 수주물량 급감



수주액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국내업체들이 텃밭으로 여겨온 중동시장에서 수주가 부진해진 데 있다.



국내업체가 1965년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중동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은 4548억 달러로 전체 수주(8837억 달러)의 51.5%를 차지한다. 그만큼 중동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런데 올 상반기 중동시장 수주액은 4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1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8%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유럽(20억 달러)과 북미(15억 달러)의 수주액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배씩 증가했다. 하지만 중동의 줄어든 물량을 채우기에는 많이 모자란다.



● 석유화학플랜트 의존형 구조도 문제


여기에 국내업체들의 해외수주가 ‘석유화학플랜트’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도 발목을 잡았다.


코트라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 ‘해외 프로젝트 시장 전망 및 수주 활성화 전략’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석유화학플랜트 부문의 수주 비중은 최소 47%(2016년)에서 최대 80%(2010년)에 달했다.



반면 토목과 건축의 수주 비중은 2010년 20%를 기록하는 등 증가 추세에 있지만 석유화학플랜트 부문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석유화학플랜트 부문에서 국내 건설기업의 높은 경쟁력은 고유가 시대에 산유국 시장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시기에는 주력상품과 시장을 모두 잃는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국내업체들이 수주하는 공사가 90% 이상 발주업체가 별도로 있는 도급사업이라는 점과 국내 건설기업의 연간 해외공사 수주매출에서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이후 평균 84%에 달하는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 올해 목표 달성 가능성 불투명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수주목표 300억 달러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률 증가로 커져갔던 세계 경제 회복 기대에 델타변이가 등장하면서 먹구름이 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는 지난해 지연됐던 해외건설 프로젝트 발주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확대되면서 발주가 미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 대폭락을 보였던 국제유가가 작년 말, 올해 초를 기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JP모건 등의 전망을 활용해 원유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는 당분간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국내 건설사의 수주 기회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해외건설공사 관련 각종 제도와 규제를 완화하고 기존 지원책 이외에 비대면 해외수주 활성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키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