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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외모’ 키즈 모델의 그늘…“성인관점 소비가 문제”

입력 | 2021-08-10 22:30:00

‘인형 외모’의 키즈 모델, 시간당 125만 원 출연료
비키니에 볼터치까지? 키즈 모델 ‘성 상품화’ 논란
전문가들 “아이의 의사와 결정이 보장된 활동인지 파악해야”



체리안 닌 페이스북 캡처


“살아있는 인형 같다.” 최근 베트남에서 인형 같은 외모와 천재적인 연기력으로 스타덤에 오른 ‘4살 국민 여동생’을 두고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10일 베트남 매체 YAN 등은 키즈모델 겸 아역배우 체리안 닌(4·여)이 최근 현지 드라마 ‘우정의 맛’에 출연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2살에 ‘키즈모델’로 데뷔한 그는 ‘인형 같은’ 마스크로 대중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아이는 베트남 주요 패션쇼를 비롯해 드라마·CF·뮤직비디오 등에서 시간당 2500만 동(약 125만 원)이라는 ‘톱스타급’ 출연료를 받으며 스타의 행보를 걷고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두꺼운 화장, 노출된 화보, 살인적인 방송 스케줄에 대한 시선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앞서 아이의 SNS에 올라온 비키니 사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현지 네티즌들은 “어린 나이에 힘들겠다”, “아동학대 아니냐”, “부모의 욕심이 과하다” 등 부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아이의 친모는 “아이가 좋아하고 재능이 있어 하는 것”이라며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립스틱에 볼터치까지…국내서 ’성 상품화’ 논란

논란이 된 해당 광고. SBS


예쁜 아이 모델이 성인을 따라해 문제가 된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지난 2019년 7월 한 아이스크림 업체의 광고는 ‘아동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휩싸였다.

공개된 광고 영상에는 아이에 맞지 않은 진한 메이크업을 한 키즈 모델이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아이가 스푼을 물거나, 아이스크림을 묻히고 먹을 때 입술이 여러 차례 클로즈업됐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법정제재(경고)'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한 아동 스포츠웨어 업체의 화보에서는 수영복을 입은 아동 모델이 몸매를 부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 논란이 일었다. 성인이 신는 망사 스타킹을 착용하거나 속옷이 보일 듯 앉아 있는 아이가 등장해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불편한 반응…대중문화평론가 “성인 관점의 소비 우려”

아동복 패션 사이트에 대한 커뮤니티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특히 아동복을 구매하는 아이의 부모들은 “우리나라 브랜드의 키즈모델들은 왜 볼터치를 하는거며 아이메이크업도 해야 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아이답지 않은 표정들이 많다”, “아이들은 성인처럼, 성인은 아이처럼(로리) 취향이라기엔 불편하고 이상하다” 등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동아닷컴에 “키즈 모델의 활동은 가능하나 성인의 관점에서 소비된다는 점이 걱정된다”라며 “아이의 노출이나 메이크업을 통해 ‘외관적 소비’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키즈 모델 활동이 양육자의 소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되는 것인지, 아이의 의사나 결정이 보장된 채 이행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전자일 경우 아이의 노동 착취로 인한 ‘아동학대’라고 덧붙였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광고·방송에서 소비되는 ‘키즈 모델’은 “성인을 모방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며 “미리 사전에 양육자가 동의했어도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아이를 과도한 성적 치장을 하거나 폭력 콘셉트를 요구하는 것은 잠재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평론가들은 양육자와 제작사(광고사·기획사)의 개선 의지뿐만 아니라 틱톡, 트위터 등 글로벌 플랫폼도 키즈 관련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훗날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사진이나 영상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길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GettyImagesBank


이미 미디어에 노출된 ‘키즈 모델’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온라인에 떠도는 사진이나 영상은 여러 차례 도용되면서 2차 가공된 음란물로 유통돼 ‘딥페이크’ 등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들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사이버 성폭력 피의자 중 10대 이하가 33.6%, 피해자는 50.2%로 다소 나이가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키즈 모델’ 활동이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욕구를 위한 것이 아닌 한 아이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장기적인 시선을 다시 한번 고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