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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사기 당했다” 항의에 후원금 147억 원 돌려줘

입력 | 2021-08-10 14:39:00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온라인에서 기만적인 방식으로 후원금을 거둬들였다가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고 상당 부분을 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올 상반기에만 1280만 달러(약 147억 원)의 후원금을 지지자들에게 반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온라인에서 모금한 5600만 달러(약 644억 원)의 20%가 넘는 액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온라인 후원금 모금 방식을 도입했다. 매주 자동으로 후원금이 빠져나간다는 내용의 팝업창을 이용자의 ‘동의’ 표시가 된 채 띄워놓은 방법이었다. 지지자가 매주 후원금 납부를 원치 않을 경우 동의 표시를 해제해야 했지만 정작 그 부분은 굵은 글씨체로 나열된 긴 선전 문구 등에 가려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나이가 많아 디지털에 익숙지 않거나 팝업창을 신경 써서 읽어보지 않은 지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매주 후원금을 갈취당하고 만 것이다.

이런 모금 방식으로 트럼프 캠프는 단기간에 많은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지만 그 후 얼마 안 있어 항의 전화와 환불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돈을 일부 돌려줘야 했어도 트럼프 입장에서는 가장 선거자금이 필요했던 시기에 지지자들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은 셈이다. 피터 로지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캠프가 기만적인 전략을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 정도의 많은 돈을 반환해야 했다면, 뭔가 상당히 잘못되거나 비윤리적인 일을 했음을 뜻한다”고 했다.

이처럼 동의 표시가 된 팝업창으로 후원금을 계속 내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크게 확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은 이런 방식으로 후원금을 모았고 결국 올해 6월 말까지 모금한 6850만 달러 가운데 1000만 달러 이상을 돌려줘야 했다. 이런 식의 모금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는 의회가 이런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민주당은 현재 이런 모금 행위를 금지한 상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