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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기증관 포기 못해…” 전국 기초단체 18곳 손잡았다

입력 | 2021-08-11 03:00:00

“서울-수도권 문화 집중 막아야”
해운대구-아산시 등 연대 밝혀
지역 시민단체도 정부방침에 반발



지난달 14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문화 수도권일극주의 이건희 컬렉션 서울유치 규탄 범시민 촉구대회’가 열렸다. 부산 해운대구 제공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작품 등을 전시할 ‘이건희 기증관’의 서울 건립을 반대하기 위해 전국 기초단체 18곳이 손을 잡았다.

부산 해운대구는 “기증관의 비수도권 유치를 위해 연대 의사를 밝힌 기초단체들이 12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유치 운동에 들어간다”고 10일 밝혔다. 12일 오전 10시부터 화상으로 진행될 회의에서 실무자들은 연대의 명칭과 회칙을 정하고 조직적인 운동을 위한 임원 선출도 논의할 예정이다. 대정부 요구안 및 성명서를 함께 작성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한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를 기증관 건립 후보지로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부지를 최종 결정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기증관에 전시될 작품은 총 2만3000여 점.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비수도권의 반발이 거세다. 구(區) 청사를 ‘이건희 기증관’으로 제공한 뒤 청사를 이전하겠다며 강력한 유치 의사를 밝힌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지난달 8일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홍 구청장은 “문화마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독식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지방 분권에 의지가 없는 것이며 결국 지방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해운대구는 최근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기초단체 161곳에 긴급 공문을 보내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위한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부산 동구와 수영구 등 4곳,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 등 7곳, 울산 중구, 경남 밀양시와 고성군, 경북 울진군, 전남 여수시, 충남 아산시 등 17곳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 중에서 기증관 유치를 희망 중인 기초단체는 5곳. 부산역사에 건립 구상을 밝힌 동구, 옛 경북도청 자리에 짓겠다고 한 대구 북구, 고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옛집이 있는 대구 중구, 초등학생 500명이 손편지를 보낸 전남 여수시 등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유치 의사가 없는데도 연대에 동참한 기초단체 수가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은 수도권으로의 문화 집중을 반드시 막아 참된 지방 분권을 이루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새마을회·한국자유총연맹 부산시지부·바르게살기운동부산시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부산시청 앞에서 항의 성명서를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이건희 기증관’ 서울 입지 결정은 행복한 문화생활을 염원하는 부산시민들의 오랜 열망을 철저히 외면하고 지방분권과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던 그동안 정부 정책 방향과도 전면 배치된다”며 “후보지 결정을 철회하고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재선정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의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도 지난달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문화수도권 일극주의 이건희 컬렉션 서울 유치 규탄 범시민 대회’를 열었다. 대구 시민단체도 지난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정부의 서울 입지 결정 규탄 및 철회,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