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佛제약사 사노피 대표 “다른 백신 빨리 맞아라”

입력 | 2021-08-11 03:00:00

“우리 백신 몇개월 뒤에나 나와”
델타 확산에도 접종거부 거세자
“코로나 심각상황” 경쟁사 백신 독려




‘우리 회사 백신을 기다리지 말고 다른 백신을 빨리 맞아라.’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대표가 경쟁사가 개발한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노피의 프랑스법인을 이끄는 올리비에 보질로 사장(45)은 9일 구인구직 사이트인 링크트인에 “사람들이 ‘사노피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노피를 믿어주는 이들에게는 감사하지만, 우리 백신은 앞으로 몇 개월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것은 위험을 높이고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기다리지 말라. 이제는 백신을 맞아야 할 때”라고 했다.

파리에 본사를 둔 사노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글로벌 제약사다. 사노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유행 당시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후보물질의 면역률 저하로 실패했다. 이후 새로운 백신 후보물질을 다시 찾아내 올해 5월 3상 임상시험을 마쳤지만 이르면 연말에야 백신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르몽드 등 프랑스 매체들은 “사노피를 포함한 프랑스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실패하면서 프랑스인들은 아직도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등 다른 나라 백신을 맞고 있다”며 “‘면역학의 아버지’인 루이 파스퇴르를 배출한 프랑스의 자존심이 구겨졌다”고 비판해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면역학 연구기관 파스퇴르연구소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노피 사장이 경쟁사 백신을 서둘러 맞으라고 독려하고 나선 이유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프랑스 사회 전반에 걸쳐 백신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4주간 토요일마다 백신접종 증명서 제도를 거부하는 대규모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렸다.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55.6%가 2차례 접종을 마친 상태다. 르피가로는 “해외에서 생산된 경쟁사 백신보다 프랑스 제품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질로가 ‘어떤 백신이든 맞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