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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매주 자동이체’ 슬쩍 숨긴 트럼프, 147억원 토해냈다

입력 | 2021-08-11 03:00:00

작년 새 온라인 후원 방식 도입
팝업창 잘 안보면 ‘매주 이체’ 몰라
항의 빗발… 모금액 20% 돌려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온라인에서 기만적인 방식으로 후원금을 거둬들였다가 지지자들의 항의를 받고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돌려줬다.

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올 상반기에만 1280만 달러(약 147억 원)의 후원금을 지지자들에게 반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온라인에서 모금한 5600만 달러(약 644억 원)의 20%가 넘는 액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 새로운 온라인 후원금 모금 방식을 도입했다. 매주 자동으로 후원금이 빠져나간다는 내용의 팝업창을 ‘동의’ 표시를 해 놓은 채 띄운 것이다. 지지자가 매주 후원금 납부를 원치 않으면 팝업창에서 동의 표시를 해제해야 했지만 그 부분은 굵은 글씨체로 나열된 긴 선전 문구 등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팝업창을 신경 써서 읽어보지 않았거나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 중에는 매주 후원금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모른 채 후원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모금 방식으로 트럼프 캠프는 단기간에 많은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지만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항의 전화와 환불 요구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피터 로지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캠프가 기만적인 전략을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 정도의 많은 돈을 반환해야 했다면 뭔가 상당히 잘못되거나 비윤리적인 일을 했음을 뜻한다”고 했다.

동의 표시가 된 팝업창으로 후원금을 계속 내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회에서 크게 확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은 이런 방식으로 후원금을 모았다가 결국 6월 말까지 모금한 6850만 달러 가운데 1000만 달러 이상을 돌려줘야 했다.

반복 기부를 유도하는 후원금 모집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는 의회가 이런 관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민주당은 현재 이런 모금 행위를 금지한 상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