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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언론 “악성종양” 비난 열흘만에… 홍콩교사노조 해산

입력 | 2021-08-11 03:00:00

1973년 설립 회원 10만명 최대규모
인권-민주화 주장 단체들 사라져




1973년 설립돼 회원이 10만 명에 가까운 홍콩 최대 단일 노조가 결국 자진해산했다. 중국 관영매체 등이 ‘악성 종양’이라고 규정하며 “뿌리 뽑아야 한다”고 비난한 지 열흘 만이다. 이로써 홍콩에서 인권과 민주화 등을 주장해온 주요 단체들이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10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홍콩직업교사노조(PTU)는 이날 노조원들에게 해산을 통보하면서 “원하지 않았고 어려웠지만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PTU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50년 가까이 노조원, 홍콩인들과 수많은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해왔다”면서 “하지만 정치·사회적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우리는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도록 내몰렸고 특히 최근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와 관영매체 신화통신 등은 “PTU가 홍콩을 혼란에 빠뜨리며 반중 행동을 부추겼다”면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교사와 폭도들을 지원했다”고 비판했다. 신화통신은 “홍콩 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PTU에 대한 법적 조사가 진행돼야 하며 악성종양은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의 날 선 논평이 나온 날 밤, 홍콩 교육부는 성명을 통해 “PTU는 정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며 “일체의 업무관계를 끊고 노조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PTU는 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와 민간인권전선 등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시민단체들과 관계를 끊겠다고 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홍콩보안법 시행 후 야당인 신민주동맹을 비롯해 진보변호사그룹, 진보교사동맹, 전선의생연맹 등 인권과 민주화에 목소리를 내온 단체들이 잇달아 해산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